일자천금/ 틀린 글자 하나에 천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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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천금/ 틀린 글자 하나에 천금이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08.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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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한 일 字 글자 자 千 일천 천 金 쇠 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

필자는 소설가와 극작가들이 복잡한 줄거리를 정교하게 꾸며 독자를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에 존경한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대충대충 읽어 나가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보아 나는 어떤 때는 소리를 내어 읽기도 하고 줄을 그어가며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보이면, 아! 갑자기 맥이 빠진다.

공직생활 중 쓴 보고서의 띄어쓰기 하나 잘못으로 밤새 일한 것이 휴지조각이 되고 한자(漢字) 한번 잘 못 썼다가 된통 혼나던 시절, 모 국장이 30여 쪽의 보고서를 열 명의 사무관에게 ‘틀린 글자 하나에 만원’ 을 걸어 결국 7만원을 내놓으면서도 고맙다고 하시던 그 분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내용은 좋으나 편집을 소홀히 하고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보이면 절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내용은 조금 부실해도 제목을 독자들의 눈에 띠는 것으로 고치고 포장디자인을 잘하면 베스트셀러는 못되더라도 흑자는 본다고 한다. 내용도 좋고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은 잘된 책이라면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놓여 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재 저 구석에 쳐 박히거나 이사할 때 과감히 쓰레기통에…  

사마천이 쓴《(史記呂不韋列傳(사기여불위열전)》에 나오는 얘기이다. 有能增損一字者, 予千金(유능증손일자자, 여천금) : 한 자(字)라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노라.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말 큰 상인 여불위(呂不韋)는 진(秦)왕의 아들 자초(子楚)를 도와 왕이 되게 하여 진나라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그는 자기의 권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시 선비를 길러내는 풍조를 흉내 내어 천하의 현사들을 불러들였다. 가세가 커지고 정계에서도 부러울 것이 없게 된 그가 자기의 성취에 대하여 매우 뽐내고 우쭐대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러나 인생이 짧아 지금 눈앞의 부귀영화가 어느 땐가는 끝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옛사람들처럼 좋은 책을 써내 큰 이름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걸작을 만들기에는 자신이 배운 것이 부족하였으므로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되었는데, 결국 자기 집의 식객으로 있는 선비들에게 갖가지 자료들을 수집하도록 하여 그중 좋은 내용들을 뽑아서 책을 편찬하게 하였다.

여러 선비들의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20여만 자가 넘는 거작, 즉《八覽(팔람)》,《六論(육론)》,《十二紀(12기)》를 편찬하고 책 이름을《呂氏春秋(여씨춘추)》로 하였다. 물론 자기 이름을 저작자로 하였다.  

여불위는 이렇게 거작을 짓고 의기양양하여 ‘편찬포고문’ 을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 성문 앞에 내걸고, 각국의 제후와 모사 등 각계의 손님들을 초청하여《呂氏春秋(여씨춘추)》를 열람하게 하면서 장담하여 말했다.

“누구든지 이 책에서 글자 한 자라도 늘리거나 줄이고 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천금을 주겠노라.”

그러나 누구나 다 여불위가 왜 그렇게 장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해보려는 의도를 가졌을 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 책을 고치겠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서 누가 책에서 잘못된 곳을 하나 찾아내더라도 대 놓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천금을 탐내다가 오히려 곤란한 일만 생길 것이므로 어느 누구도 의견을 내지 않아 결국 한 글자도 고쳐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문객들을 동원하여 이러한 거작을 짓고, 또 성어를 말을 만들어 낸 이 호탕한 행동은 훗날 그의 명성을 만천하에 퍼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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