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들이 찾아오는 집
상태바
[기고] 동물들이 찾아오는 집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20.07.15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성일(금과 전원) 전 순창읍장

금과로 이사 온 지 2년째다 생활은 단조롭고 주변은 조용해서 한동안은 심심하고 지루했다. 예전 생활이 생각나곤 했지만 지금은 웬만큼 적응되었다. 이곳 생활에서 가장 기쁜 건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내가 먹이를 챙겨 주는 동물은 반려견 한 마리와 길고양이 3마리이고 우리 집 뒷밭에 와서 농작물을 먹는 동물은 고라니 한 마리, 꿩 2마리와 들새들이다. 반려견과 고양이 사료는 마트에서 사고 고라니, 꿩, 들새는 뒷밭에 심은 농작물을 자기네 입맛대로 먹는다. 주변 사람들은 방지 시설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사가 생업이면 생각해 보겠지만 나는 자급자족이면 충분하므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산속 주인은 동물들이었다. 나중에 이사 온 내가 동물들에게 먹을 걸 주는 일은 고참에 대한 신고이고 그들과 함께 사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농사도 농약은 쓰지 않고 퇴비를 많이 넣어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고 있다. 농사에 어둡고 몸 쓰는 일에 서툰 나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풀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 손으로 뽑고 낫으로 처리한다. 
우리 집 앞마당 화단은 꽤 넓다. 장미 등 수십 가지 꽃과 나무가 심어있다. 주로 집사람이 꽃시장에서 사와 심고 지인들이 와서 심어준 것도 있다. 나는 관여도 참여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사람은 꽃을 좋아하고 나는 꽃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풀이나 잔재물은 내가 치웠다. 봄에 꽃이 필 때 집사람이 흐뭇해하면서 나에게 물어본다. 꽃 피는 걸 봤냐? 예쁘지 않으냐고! 나도 보기는 하지만 별 감흥은 없다. 묻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면 정서가 메마른 사람이라고 힐난한다. 그건 성격 차이다. 감성의 대상이 다를 뿐이다. 나는 꽃에 대한 느낌은 부족하지만 아스팔트길 위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기어이 사는 식물들의 치열함과 끈질김을 경이롭게 본다. 인간의 삶이 힘들다 해도 악조건에서 살아내는 식물만큼은 힘들지는 않을 거다. 이를 보면서 나태한 내 삶을 반성한다. 그리고 동물들에게는 연민을 가지고 있다. 이 애들은 인간의 처분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는 절대 약자이기 때문에 가여운 마음이 든다. 
함께 사는 반려견은 내 자식과 같다! 그 애를 통해서 얻는 게 많다. 내가 평균 수명 정도 산다면 현대 의술의 덕분일거다. 평균 수명보다 더 산다면 그건 반려견을 통해서 얻는 기쁨 때문이라 생각한다. 길고양이가 작년엔 한 마리 왔는데 이젠 세 마리가 온다. 얼마 전부터 한 마리가 몸이 마르고 털도 푸석해지길래 아픈가 하고 생각했는데 새끼를 7마리나 낳았다고 한다. 그 애는 산후조리 차원에서 고기 간식도 챙겨 주고 있다. 고마워하는 것을 눈빛과 소리로 알 수 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잡을 쥐도 없다. 이사 와서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쥐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우리 집이 산과 연접해있기 때문에 고라니도 온다. 눈도 몸매도 순하다 좋아하는 농작물을 예리한 칼로 자른 것처럼 균일하게 먹고 간다. 고구마와 감자를 한 두렁에 심었는데 고구마 순만 깔끔하게 먹는다. 두 발톱이 찍힌 발자국도 예쁘다.
자연에서 사니 조급했던 성격도 나아지고 있다. 곤충들이 방에 들어오면 대부분 살려서 밖으로 내보낸다. 봄엔 무당벌레가 많이 들어왔다. 손으로 잡으면 다칠 것 같아 움직이는 방향으로 종이를 놓아 밖으로 보냈다. 무당벌레는 색깔도 예쁘지만, 위험을 느끼면 죽은 것처럼 꼼짝 않는다. 이 모습도 앙증맞다. 몸이 뒤집혀지게 내놓으면 바둥거리다가 발을 디딤목으로 버티면서 몸을 일으켜 재빨리 도망간다. 작은 생명이라도 최선을 다해 산다. 직장 다닐땐 조직원으로 개체적인 삶을 살았지만 이제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고 있다. 단조롭긴 해도 기쁨이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은 모든 걸 받아들이며 함께 산다. 더 간결하게 자연처럼 살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강문경 가수, ‘트롯신이 떴다 2’ 우승
  • 순창군, 코로나19 확진자 ‘40명’
  • 강문경이 부른 〈아버지의 강〉 탄생 비화
  • 김성진 성진전업사 대표, 성금 100만원
  • 권동주 씨, 장학금 1000만원 기탁
  • 서명옥 옥천콘크리트 대표, 성금 1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