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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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7.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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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박인규 저 / 창비
학자의 머리, 행정가의 눈, 시민의 가슴으로 북한을 바라본 평생의 기록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의 주인인 우리 정부와 국민이 상황을 주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듯 물어보는 자세부터 지양해야 한다."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면 출근길 라디오에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2018년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도 그랬다. 기대와 희망, 우려가 교차하는 분단 현실에서 그는 과거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북핵 위기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거쳐 2000년대 6자 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한반도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헤쳐 왔다. 지난 40여 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그의 육성이 담긴 회고록이 나왔다.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과 대담한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라 하여 흘러간 이야기를 되짚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과거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보며 앞일을 생각하게 하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이 때에, 평생 북한을 마주한 ‘현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더욱 무겁고도 값지게 다가온다. 
“대북 전문가는 많지만,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은 그 하나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 공개된 메모엔 정세현 전 장관에 대한 평이 그렇게 적혔다. 전임 김영삼 정부 통일부 차관이었던 정세현은 매우 이례적으로 차기 김대중 정부에서 동일 직책으로 발령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불렀던 2002년 1월 29일엔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등 대외적으로 악조건만 형성되는 시절에 그는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유치에 매진했다. 대다수 여론이 미국과 일본이 먼저 들어간 뒤에 남한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남과 북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를 해결하려 했다. 정세현의 일관된 입장은 북한 당국자들까지 움직여, 결국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2년여 전,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평화가 금방 도래할 듯 보였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도 없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미국 대선이 있는 2020년 안에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의 말대로라면 '끝도 시작도 없는 통일의 미로'에 서 있다.엄중한 이 시기에 정 전 장관은 ‘국민의 힘’을 말한다. 탈냉전 시대로 규정되는 1990년대부터 한미동맹은 미국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되었다는 그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의 주인인 우리 정부와 국민이 상황을 주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듯 물어보는 자세부터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회고록을 넘어 대북관계사의 한 시대를 오롯이 증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난맥상의 통일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뚜렷한 관점과 함께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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