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순창] 친정 같은 신문에 기대하는 게 겁나게 많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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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순창] 친정 같은 신문에 기대하는 게 겁나게 많은디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20.07.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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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숙 문화관광해설사

저는 <열린순창> 때문에 행복하기도 했고 너무 힘들어 한밤중에 펑펑 울기도 했던 사연 많은 사람입니다. 고마운 마음 뽀짝뽀짝, 미안한 마음으로 장감장감, 기대하는 것도 겁나게 많아서 가끔 울컥 화도 내면서 툴툴 대기도 하면서 매주 목요일을 기다리지요. 친정같은 신문이라고 허면 고개 끄덕끄덕 하실거예요. 
<열린순창> 500호를 맞는 글을 준비하면서 일단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창에 ‘황호숙’ 이란 세 글자를 쳐 봤더니 251건이네요. 오잉! 그래서 ‘황호숙 기자’라고 무심한 듯 두드리니 76건이 나옵니다. 쬐까 궁금하시제라, 잉!
세상에나 만상에나 40대 중반 아줌마가 2010년 6월경부터 지역신문 기자를 하게 된 것이었죠. 땀 뻘뻘 흘리면서 동계면민의 날, 구림면 한마당잔치, 쌍치면민의 날, 금과면민의 날 구석구석 취재하러 다니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취재하고 일주일 동안 최소 8개∼10개 기사를 마감하려면 온몸에 쥐가 나고 머릿속은 뒤틀리고 마감 날 새벽에 귀가하면서 펑펑 울기도 하다 보니 안 되겠더라고요. 기사 실력도 안 늘고 아이들은 아프고 농사는 벌여있고 여기저기 민폐라는 자괴감에 그만두고 한 2년은 <열린순창> 로고가 박힌 건물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모든 글도 절필했을 거예요. 그래선지 10년이 지난 2020년에 제대로 된 지역신문 기자면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못하니까 다른 기자들께 부탁합니다.
첫째는 80 평생 순창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사투리가 정감 있게 들리는 구어체로 연재되기 바라는 바람입니다. 어느 민속학자가 시골에 사는 한분 한분이 박물관이라고 했다는데 어르신 자서전을 쓰고 그것을 읽은 후손이 글을 쓰고 이것을 만장처럼 제작해 장례식장에 걸면 멋진 삶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요? 
“뭐할라고 늙은이 이야기를 쓸려고 혀싸. 넘 맹키로 글자만 알아도 줄줄이 풀어 냈을껴? 참말로 어찌까 잉! 우리 아들 딸들 알면 눈물부터 흐를까 봐 지금 꺼정 암말도 안혔는디! 내사 유등 유촌이 탯자리인데, 눈도 많이 내리던 동짓달 열 나흗날쯤일껴. 그 추운날 꽃가마 타고 시집 왔더니 지독하게 가난하등만. 3년 함께 살다 제급 나올때 딱 숟가락 2개 솥단지 하나 갖고 나와서 절약하며 살았제. 할아버지만 밥 챙겨주고 나는 일하는 데서 밥 얻어 묵었다고 꼬르륵 소리가 나도 거짓말로 버팅겼응게.” (42년간 순창 장날을 지킨 구림 성곡리 오룡마을 어르신 인터뷰, <열린순창> 제8호 2010.7.30.일치)
두 번째는 다른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순창만의 뉴스가 담뿍담뿍 가득 찬 가장 촌스런 신문이 되기 바랍니다. 마을 역사를 야사처럼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요. 마을 모퉁이 골목집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어른들 옛날 사진이 고이고이 정리되어 있더라구요. 그 사진마다 숨겨진 이야기가 엄청 많지요. 죽어있는 그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거예요. 어머니들 한글교실하면서 책 만들 기회가 있어 유등면 버들마을 집집마다 다니며 사진을 함께 보고 그 속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서 기록했는데 참 재미있더라구요. 어르신마다 자기만의 요리비법을 순창 말로 어머니들이 살아온 삶으로 풀어내시는데 차암 좋더라구요. 
세 번째는 순창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회문산을 배경으로 한《남부군》이나 순창 사람들로 꽉꽉 채운 윤정모 작가의 《들》도 있구요. 조선시대 《설공찬전》도 있어요. 당연히 시도 많겠지요. <열린순창>에 연재해서 “아하! 어런 내용이구나” 알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해도 되구요. 태백산맥, 피 끓는 청춘, 아름다운 시절 등. 작은 영화관에서 순창 관련 영화도 보고 좌담회도 하면서 순창 사랑을 속 깊이 해보자구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풀어 놓은 건가 머쓱해집니다. 하하..
근데 제가 짧게나마 기자를 해 봐서 아는 데 취재해서 기사 쓰는 게 차암 힘듭니다. 지역신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자가 많아서 질 높은 취재가 될 수 있는 형편이 되어야 합니다. 군민들께서 정성껏 열린순창이 10000호가 될 수 있도록 버틸 힘을 주셨으면 합니다. 함께 가꾸어 나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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