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60) 슬픈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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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60) 슬픈 접시꽃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07.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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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슬픈 접시꽃(촉규화ㆍ蜀葵花) - 최치원

寂寞荒田側(적마황전측)
인적이 드문 거친 밭 한 쪽에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풍성한 꽃이 연약한 가지 위에 피었네
香經梅雨歇(향경매우헐) 
매화철의 비가 그칠 무렵 향내는 짙어지고
影帶麥風㿲(영대맥풍의) 
보리 바람에 그림자가 기울었네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수레 탄 사람, 그 누가 눈길을 주는가?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벌 나비만 찾아와 이리저리 볼 뿐이네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태생이 좋지 못하다 스스로 여겨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말없이 견디네

 

 

 

 

 

 

 

 

 

 

 

 

 

 

 

 

 

 

 

 

 

 

일천백 년 전 신라의 어느 밭 가에 지금처럼 접시꽃이 피었나 보다. 접시꽃은 6월부터 외줄기에 꽃을 피워서 매단다.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이 말은 꼭 들어 달라는 듯, 지고 나면 다시 조금 올라가서 핀다. 그렇게 끊임없이 피어있는 접시꽃을 보면 그 꽃이 하는 말이 듣고 싶어진다. 한 번에 피어 와서 한 번에 모두 져버리는 꽃보다는 오르며 오르며 오랫동안 피어서 마주하는 접시꽃을 문인들은 좋아한다. 최치원 선생이 이 접시꽃을 마주했다. 쓰러져가는 내 조국에 와서 내가 그렇게 살길을 찾아 외쳤건만 알아듣지 못하니, 내 신세가 접시꽃과 같아 서럽다는 것이다. “수레 탄 사람, 그 누가 눈길을 주는가? / 벌 나비만 찾아와 이리저리 볼 뿐이네 / 그리고 태생이 좋지 못하다 스스로 여겨 / 사람들에게 버림받아도 말없이 견디네” 선생이 접시꽃과 만나 나눈 말이다.
최치원 선생은 12세 때 중국 당나라로 떠나 18세 때 과거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 많은 시문을 써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가 어려워지고 있는 내 고향 신라를 구하고자 귀국하여 진성여왕에게 시무십조를 올리고 아찬이 되었으나 뜻하는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 솔처자입가야산(率妻子入伽倻山)이라는 글귀를 남기고 세상이 보기 싫다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당시 신라로서는 그의 원대한 이상과 신념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그의 학문에 대한 방대한 통찰력은 후대 사람들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지구 역사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의 신화보다도 불가사의한 인물로 신라의 마지막 충신이었다.

■ 최치원(崔致遠) : 호는 고운(孤雲),  857~?, 신라시대 학자이자 문장가. 저서로는 계원필경(桂苑筆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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