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순여객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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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순여객 버스 안에서
  • 정동원 독자
  • 승인 2020.08.0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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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면에서 읍내로 일 보러 자주 나오는 편이라 임순여객을 자주 이용합니다. 임순여객 기사님들은 대부분 인정 많고 친절합니다. 
어느 날 버스 타고 도착지에 내리는데 기사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왜 부르나 했더니 버스카드를 놓고 내렸다며 챙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한 기사님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지갑과 돈을 들지 않고 왔다고 말하니까 대신 버스비를 내주고 “다음에 버스 타실 때 꼭 주세요” 했던 기사님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사 한 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승차한 어르신에게 “어르신, 마스크를 꼭 착용하셔야 돼요. 제가 마스크 하나 사드릴까요?” 이렇게 친절하게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적성면에서 순창읍으로 오는 길에 제가 겪은 일은 옥에 티였습니다. 읍내에 볼일이 있어서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마스크 끈이 귀에 맞지 않아서 만지작거리다가 그만 마스크 끈 한쪽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구멍에 끈을 넣어 묶을 찰나에 버스기사가 저를 향해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 마스크 착용하세요.”
저는 마스크 한쪽 끈은 귀에 걸고 마스크를 입에 댄 채 불안한 마음으로 목적지인 순창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기사가 왜 마스크를 벗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한쪽 끈이 빠져 마스크를 수리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기사 하는 말이 “아저씨, 전쟁터에 가면서 총알 하나만 가지고 가요? 여러 개 가지고 가야지”하면서 버스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홍당무가 된 얼굴로 다른 승객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내렸습니다. 기분이 상해 볼일도 보지 않고 잠시 후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습니다. 자식 나이 정도 되는 기사에게 무안을 당하고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불량품 때문에 억울하게 무안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애로를 겪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골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기사님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사님들, 조금만 더 어르신 승객들을 이해하고 배려합시다. 아주 조금만 배려하면 적어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에게는 특히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글 : 정동원(적성 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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