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시대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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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시대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까?
  • 이선형 편집위원
  • 승인 2020.08.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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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근 30년 동안 《녹색평론》을 발행하며 생태문명의 철학적 토대와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해 오신 고 김종철 선생의 부재가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겨울부터 봄 사이, 보건용 마스크를 사기 위한 기다란 행렬은 비단 대도시만이 아니라 이곳 순창의 농협에서도 연출되었었다. 거의 모든 문화, 예술, 체육 등의 집단 활동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학교도 수개월간 문을 닫았다. 온갖 직업의 서민들 삶의 질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희망은커녕 이제 시작일 뿐, 국내 경제나 세계 경제는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 예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의 재앙이 되어버린 코로나19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황당하고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수도권과 대도시의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부동산 소유자들이다. 전 국토의 97.3%를 장악하고 있는 상위 10%의 부동산 부자들은 (상위 1%의 소유비율은 55.2%, 2012년 민유지 소유기준) 정부의 어떠한 공갈 협박(?)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 중이다. 이들은 정부 대책으로 인한 예상 손실을 오히려 세입자에게 전가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더욱 기막힐 노릇은 자신들의 경제 형편과 전혀 상관없이 중산층 착시효과에 빠져있는 상당수 국민이 증세의 대상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며 거세게 반발한다. 상위 4% 극소수 부자들의 물적 토대는 국민 여론의 비호하에 어려움 없이 잘 지켜지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국민적 믿음은 최근의 추세 즉 제로금리,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분의 엄청난 유동성 자금 등으로 그 필연성이 설명되곤 한다. 더 확실하고 반박의 여지가 없는 통계가 있다. 1963년부터 2007년 사이 45년 동안 국민의 실질소득은 15배 증가하였으나 그 사이 서울지역의 토지가격은 1176배, 여타 국내 대도시의 토지가격은 923배 인상되었다. 이 통계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싯가 반영비율을 높인 최근 통계를 인용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간다. 결국, 부동산에 투기한 것이 성실히 일해 예금, 적금한 것에 비해 몇 곱절 이상의 수익을 항상 보장해주었고, 이러한 선험적 경험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을 부동산 불패 신화의 맹신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2012년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국내 토지가격의 합산으로 미국 영토의 절반을, 캐나다 영토의 두 배를 사들일 수 있는 정도로 엄청난 거품이 형성되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작금의 코로나 국면에서도 의연히 그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대단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는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부동산의 거품은 절대 꺼지지 않는 것일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보면 그 답은 분명하다. 80년대 초까지 초호황을 누리던 일본은 미국의 견제로 실물경제가 위축되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선택했다. 이에 기업과 개인들이 부동산과 주식에 미친 듯이 몰빵하며 거품을 키워오다가 90년대 초부터 거품 붕괴라는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 거품 붕괴 직전의 일본과 너무 흡사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라는 전 세계적 상황은 한국경제의 산업생산력을 강제로 퇴화시키고 있으므로 당시 일본의 상황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즉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거품현상은 반드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이미 코로나뿐만 아니라 코로나보다 독성이 강한 변종 혹은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 등, 미생물과 싸움에서 점점 수세로 몰리고 있는 형국에 놓여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문명과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마구잡이식 자연환경 파괴로, 야생동물의 삶터를 빼앗아버린 인간들의 탐욕이 불러온 자해행위의 결과이기도 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위기는 도덕적 고결함이나 민주적 정당성에 의해서 극복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사회는 인류가 이제껏 직면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위기적 경험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근 30년 동안 《녹색평론》을 발행하며 생태문명의 철학적 토대와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해 오신 고 김종철 선생의 부재가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 6월 25일 소천한 김종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평소 주장과 철학을 보다 심화시켜 코로나19의 시간을 안전하게 지나고. 이후 달라질 세상의 길잡이로 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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