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시간을 찍어드립니다! ‘인생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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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시간을 찍어드립니다! ‘인생영상’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8.05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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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부모님, 아기의 성장, 결혼식 등 인생의 의미 있는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영상제작 전문업체 '인생영상' 스튜디오 앞에 선 박상진, 정강희, 박한근 씨.

순창북중 출신 세 젊은이가 뭉쳤다

순창고등학교 앞에 심상치 않은 간판이 걸려있다. ‘인생영상’이다. 무슨 뜻일까?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을 때, “야! 인생 샷이다!” 할 때의 ‘인생샷’이다. 가족, 부모님, 아기의 성장, 결혼식 등 인생의 의미 있는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영상제작 전문업체다. ‘인생영상’ 창업자들은 순창 북중 출신 25세 박상진, 박한근, 정강희 씨다. 유튜버이자 영상감독인 박상진 씨가 서울 등에서 음악가들과 협업하고 있던 음악감독이자 친구인 박한근 씨에게 먼저 제안했다. “내가 영상을 하고 네가 음악을 하니, 우리 둘이 뭉쳐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자!” 박 감독이 덥석 손을 잡았다. 둘이서 낑낑대는 모습을 보고 광주에서 신학대에 재학 중인 정강희 씨가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신이 깃들 듯’ 왔다. 세 젊은이가 뭉친 것이다. 순창군 청년창업지원 아이디어 공모 사업 선정이 되어 2019년 12월에 창업했다. 

지역 음악인들을 위한  ‘프로젝트’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이들이 해온 일은 적지 않다. 순창군 유씨씨(UCC)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순창군 ‘봄’ 영상공모전에 입선했다. 박 대표는 전라북도콘텐츠코리아랩 1인 미디어 사업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순창 유일의 ‘제이-크리에이터’이다. 순창군 온라인기자단에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고, 지난 6월에는 재능기부로 코로나 극복 캠페인 ‘2020 순창의 봄날’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의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뉸(Note Embellished With Notes, 음표로 가득한 노트) 프로젝트’라는 채널도 진행한다. 뉸 프로젝트는 여건이 안되는 지역 음악인이 대중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기술환경) 역할을 자원하고 있다. 유튜버에서 검색하면 많은 지역음악인들과 협업한 작품들이 올라와 있다. ‘지역 음악인’으로 어렵게 활동하는 처지에 어떻게 지역 음악인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 것일까? 
“지역에서 음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요.” 

최첨단 장비ㆍ경험ㆍ실력으로 무장

박한근 감독은 서울 등지에서 음악에 관한 한 모든 과정을 독학으로 섭렵했고 많은 음악인들과 협업을 해왔다. 덕분에 인생영상 스튜디오에서는 반주, 녹음, 촬영, 편집, 라이브 영상도 모두 가능하다. 시설도 만만치 않다. 스튜디오에는 기타, 베이스, 건반 등 악기와 콘덴서 마이크, 아이맥 등 최고의 품질로 담을 수 있는 음악 장비와 드론, 미러리스 카메라 컬러 조명, 액션캠 360도 카메라, 크로마키 등이 준비되어 있다. 대중을 만나고 싶지만, 무대나 채널이 없어 ‘한 음악’하는 지역 음악인들에게 ‘인생영상’은 활짝 열려있다. 

영상ㆍ음악 볼모지 순창, 스스로 일굴 터

하지만 아직 인생영상이 생업이 되지는 못한다. 창업 지원을 받았지만 살아남는 것은 온전히 세 젊은이 몫. 특히 코로나19로 4월까지는 허리를 졸라매야 했다. 전주나 광주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버텼다. 지금은 순창 청소년수련관, 학교 방과후 수업을 하며 조금 숨통이 트인다. 그 일도 이들에게는 더없이 기쁘다. 예술가로서 창작 작업에만 매진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은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토대이기도 하고, 아직 영상ㆍ음악 작업의 불모지인 순창이라는 밭을 스스로 일구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예술인으로서 순창이라는 외진 지역에서 창업한 이유는 무엇일까?
“겁이 없었지요. 일단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도시에서는 유투버들이 너무 많아 ‘노유튜버존(유튜버들의 출입을 금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유튜브가 정보의 새로운 매체로, 소통의 매체로 이미 자리 잡고 있어요. 순창도 곧 좋은 영상과 음악 작업 필요성에 눈뜨게 될 거예요” 박 대표에 이어 박 감독이 덧붙인다. 
“시대가 변했어요. 모든 작업을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도시든 시골이든 가능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잖아요. 그렇다면 어디서 할 것인가? 제 고향인 순창에 뭔가 기여해보자 결론을 내렸죠.” 

“아직 순창에 있어?” 편견이 오히려 자산

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시선’이다. 이들을 향해 많은 이들이 “왜 젊은이들이 안 나가고 있어?”하는 시선을 보낸다. ‘순창을 나가는 것’이 ‘성취’ 혹은 ‘발전’이며, ‘순창에 있는 것’을 ‘시골구석에서 허송세월 하는 것’으로 여긴다. “예술작업을 어떻게 시골에서 해? 우물 안 개구리 아니야?”, 심지어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혹도 보낸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오기도 난다. 이들은 이런 시선, 벽을 오히려 자산으로 삼는다. 순창이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깎아내렸던 귀한 것들, 그래서 더욱 발견되기 힘들고 숨어있던 것들, 묻힌 순창의 자원과 역사, 주민들의 곡진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재해석하고자 한다. 
“우리는 순진한 농촌 청년들도 아니고, 고향을 지키려고 활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농촌 ‘순창’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예술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곳이고, 기회라고 봐요.” 농담에 강한 정강희 씨가 정색하며 말한다. 이들은 ‘불의는 잘 참는데 불이익은 못 참는’다. 그래서 이들은 환경에도 민감하다. 재활용도 지나치게(!) 꼼꼼하게 한다. “정의를 위해 살지는 못하지만 제 양심에 따라 속 편하게 살아요. 환경에 대한 무감각은 우리 세대에 당장 심각한 불이익이 되거든요” 신세대 답다. 

깊고 곡진한 우물 안에 렌즈를 들이대

이들을 만나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유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 비유가 ‘우물 밖’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물을 팔 때는 수맥을 먼저 찾는다. 토양을 통해 자연스레 정화된 물이 우물 밑을 흐른다. 우물 바닥에는 깨끗한 참나무 숯을 깔고 자갈을 올린다. 숯은 정화 방부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온갖 천연 미네랄을 품고 있다. 그래서 우물 맛을 ‘꿀맛 같다’고 하는 것이다. 동네에선 일 년에 한번씩 우물을 청소한다. 우물은 선조의 과학과 지혜, 우물을 지켜온 공동체의 역사가 만들어낸 놀라운 공간이다. 그런데도 ‘우물 안 개구리’ 이데올로기는 공공연하게 지역을 차별하고, 도시 만능의 시대를 대변해왔다. 지역을 지키고 전통을 이어오는 지역을 비하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미 우물과 우물 밖의 경계가 의미가 없어진 시대에도 여전히 지역을 옥죄고, 청년들의 ‘탈농’을 당연하게 하는 ‘우물 안 개구리’론의 폭력을 세 젊은이를 통해 아프게 깨닫는다. 대부분의 카메라 렌즈가 우물 밖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때, 우물 안으로 들어와 우물 안을 속속들이 비추는 렌즈가 있다. 깊고 향기로운 우물 안의 영상을 찍어보자고, 우물 안의 음악을 들려달라고 덤비는 ‘인생영상’이 있다. 순창은 참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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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ChooMaster 2020-11-13 18:50:56
Jesus...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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