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아닌 기후위기에 ‘물욕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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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아닌 기후위기에 ‘물욕심’까지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8.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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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자료를 보면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22일 동안, 전국 어느 한 곳이라도 150밀리미터 이상의 비가 온 날은 15일(68%)이나 됐다. 산지를 제외한 거주지에 설치된 관측기 중 1위는 전남 담양군 담양읍 천변리의 ‘담양’ 관측기(8월8일 413밀리미터)였다. 이 자료에서 2일 충북 충주(5위)와 단양(9위) 관측기를 뺀 나머지 8곳은 모두 7∼8일 전남과 전북에 있는 관측기가 차지했다. 2ㆍ3위는 순창, 8일 ‘순창군’ 관측기 361.3밀리미터, ‘풍산’ 관측기 360.5밀리미터. 4위 광주남구(313밀리미터) 6위 전남장성(295.5밀리미터) 7위 전남화순(292.5밀리미터) 8위 남원(289.4밀리미터) 10위 옥과(278밀리미터) 였다.
기록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올해 장마가 기상청 전망대로 16일까지 이어지면 54일째로 2013년의 49일을 갈아치우게 된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100여 년간 한반도의 연 강수량은 해마다 1.63밀리미터씩 늘어왔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해시태그 한다. 수마가 온 강토를 할퀸 이 상황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6개월 동안 대륙을 불태운 오스트레일리아 산불도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재해라는 진단이다. 기후변화는 날씨, 기온, 바닷물 온도가 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를 자기 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이번 수해는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3개 공기업의 ‘물욕심’과 ‘기관 이기주의’가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수량 4억 6600만t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생활용수’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 ‘발전용수’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3곳이 공동 관리한다. 섬진강댐의 지분은 국가가 37% 한수원 27%, 수공 21%, 농어촌공사 15% 등이고, 담수 지분은 농어촌공사 80%, 수공 20%라고 한다. 댐 수위와 저수량은 섬진강물관리협의회가 결정하는데 이 공기관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고집해 과학적ㆍ합리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한수원은 발전용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담수를 주장했고 농어촌공사, 한수원, 수자원공사의 기관 이기주의 때문에 댐을 만들어 놓고도 제 역할을 못해 피해를 키운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폭우로 섬진강의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섬진강댐 방류까지 겹쳐 댐 아래 지역인 임실ㆍ순창ㆍ남원과 전남 곡성ㆍ구례ㆍ광양, 경남 하동의 침수 피해를 키웠다. 섬진강 최상류에 있는 섬진강댐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47일간의 긴 장마로 190m 이상 수위를 유지했지만, 집중호우와 태풍 예보에도 선제적 방류를 하지 않고, 계획홍수위인 197.7미터에 근접하자 8일 오전 6시 30분부터 600톤 규모로 긴급 방류를 시작했다. 하류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정오쯤에는 1000톤, 오후 4시쯤에는 1900톤 규모로 방류량을 무리하게 늘려 불과 10시간 사이에 방류량이 3배로 급증했단다. 섬진강댐 바로 아래 지역인 임실군 덕치면 3개 마을은 오전부터 섬으로 변했고, 유등면 외이마을도 완전히 물에 잠겼다. 남원시 금지면 섬진강 제방은 불어난 물에 힘없이 무너져 주택과 농경지가 몽땅 침수됐다. 이어 전남 곡성ㆍ구례ㆍ광양, 경남 하동 화개장터까지 초유의 물난리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공 섬진강지사는 8일 오전 6시 23분에 “6시 30분부터 초당 1000톤을 방류한다”, 7시 52분에 “8시부터 1868톤을 방류한다”는 문자를 관련 공무원한테 보냈다고 한다. 방류량을 늘리기 7~8분 전에 알린 것이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된 주민들은 폭우 속에 섬진강댐을 방류하면서 발생한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섬진강 수계 순창ㆍ임실ㆍ남원ㆍ곡성ㆍ구례ㆍ광양ㆍ하동 군수, 시장들은 조만간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란다. 
“늑장 대응으로 국민이 죽는 것보다 과응 대응으로 비난받는 게 낫다.” 재난은 예방과 대피가 최선이다. 늑장대응 보다 과잉대응을 할 때라는 영화 속 대화가 새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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