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사발/ 못된 짓이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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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사발/ 못된 짓이 드러나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8.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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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窓事發(동창사발)
東 동녘 동, 窓 창 창, 事 일 사, 發 쏠 발 /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6

중국 명()나라 전여성(田汝成)이 쓴西湖遊覽志餘(서호유람지여)에 나오는 얘기이다. 可煩傳語夫人, 東窗事發矣(가번전어부인, 동창사발의) : 번거로우시겠지만 내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해주시오. 동창의 일이 모두 드러났다고.

인터넷과 더불어 수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별의별 정보들이 홍수를 이루어 이제는 뭣을 봐야 할지 선택할 시간도 없이 쏟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유익한 정보가 많아 세상이 좋아지긴 하였지만, 남의 신상을 털고 미워하는 내용이 가득한 나쁜 내용과 가짜뉴스들이 난무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이 현실화되어 뭐 좀 출세해 볼까 인기를 얻어 볼까 돈 좀 벌어 볼까 하며 나서는 사람들의 이름이 검색어에 뜨기만 하면, 바로 고래 적 소소한 비밀까지 또 부부간에 일어나는 은밀한 모습까지도 동영상으로 탈탈 털어 나오니 바로 주저앉게 된다. 요즘 들키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고 들키면 죄가 된다는 이른 바 들킨죄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지만, 너무나도 적나라한 현대판 동창사발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남송(南宋, 1127-1279)시절 고종(高宗) 때에 재상 진회는 정강지난(靖康之難, 흠종 때 금나라와의 싸움)때 포로로 잡혀간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을 수행하여 금()나라에 간 신하 중 하나였다. 그가 금나라 왕과 사사로이 밀약을 맺어 남송과 금나라가 화해하도록 주선하여 비로소 풀려나 남송으로 돌아왔다그러나 남송에는 악비와 같은 충신과 주전파들이 줄곧 화해를 반대하면서 지금이라도 온 힘을 다하여 금나라를 공격한다면 중원(中原)을 수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진회의 협상 계획에 차질을 주는 걸림돌이 되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악비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우선 악비에게 모반을 일으킨다는 죄를 뒤집어씌워 옥에 가두고 모진 고문을 하였다. 그러나 악비가 뜻을 굽히지 않고 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진회로서는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진회가 침실의 동창(東窓) 밑에서 부인 왕씨에게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호랑이를 놔주기는 쉬워도 잡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악비를 죽이지 않으면 장래에 큰 후환이 될 것입니다.”

진회는 왕 씨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악비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먼저 부하를 시켜 증거를 위조하여 악비와 그의 아들 악운, 부장 장선을 함정에 빠뜨린 후, ‘아마 있을지도 모른다(莫須有)’는 말도 안 되는 죄명을 붙여 죽였다. 당시 희대의 충신이자 애국자였던 악비는 이렇게 비참하게 간신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나중에 진회도 병으로 죽었다. 부인 왕 씨는 잠자리에서 남편이 힘들어하는 악몽을 자주 꾸고 심신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도사를 청하여 자기 남편이 저승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며칠 후 도사가 이렇게 전했다저승에 가서 보니 진회가 쇠칼을 목에 걸고 고된 노역을 하고 있었는데 진회가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이다. ‘미안하지만 내 아내에게 한마디 전해주게. 내가 아내와 동쪽 창문 아래에서 꾸민 일들이 모두 폭로되었다라며 저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더이다.”

부인이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얼마 못가서 병들어 죽었다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만들어 못된 짓과 죄악이 폭로되고 드러난다. 음모가 발각되어 처벌당하다 등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아무쪼록 정직해야 하고 정직하지 못한 일이 결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가 없다는 뜻이 내포되었다고 보겠다.

한편, 악비는 후세에 충절과 공적을 인정받아 죽임을 당한 지 37년이 지나서 무목이라는 시호를 받고, 70년 뒤에는 악왕으로 추서되었다. 반면 악비를 독살하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진회는 간신으로 낙인이 찍혔다. 훗날 사람들은 항주(杭州) 등 주요 도시에 악비가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보고 그 아래 진회 부부가 꿇어앉아 있는 동상들을 세워 놓고 민족 영웅 악비와 매국노 진회를 전하며 기억하여 왔다. 사람들은 진회의 동상에 돌을 던지고 침을 뱉고 심지어는 오물을 쏟아 붇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중국 지도부는 변방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역사를 강조하면서 진회는 매국노에서 중국 통일을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재평가를 하고, 악비는 민족영웅에서 한족에 편협한 사람으로 폄하하고 있다. 좀 아이러니하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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