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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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반성문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8.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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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기자수첩에서 ‘거지 콧구멍에서 콩나물 빼가는 정부’라는 혐오 표현을 쓴 것을 사과합니다. 이 기사로 고통을 받으신 분들게 사죄드립니다. 또한 지적해주신 독자분께 감사를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성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농민들이 코로나19 피해로 1차 추경 때부터 농업 분야 피해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2차 추경 때 농업예산을 끌어 쓴다는 발표에 대한 지적으로 ‘거지 콧구멍’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후 신문사로 ‘거지’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는 전화가 왔다. 관행적인 비유이고, 구체적인 사람을 지칭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과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28일 이광재 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을 지켜보면서 명확한 혐오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이광재 의원은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명백하게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며, “장애 혹은 장애 당사자가 장애 당사자를 지칭하는 단어를 무언가 부족하거나 완전하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하지 말자. 빗대는 대상이 사람인지 정책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명백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성명서를 냈다. 이후 이광재 의원은 사과했다. 
절름발이 외에도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는 각각 ‘시각장애인’, ‘언어 장애인’, ‘청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4년 11월 “과거로부터 답습해오던 부정적 용어와 표현행위로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화할 수 있어 인간 고유의 인격과 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애인을 ‘불완전’, ‘비정상’으로 보는 편견과 오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언어와 문화로 고착되어 왔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쓰는 속담, 격언, 욕 등 언어의 많은 부분이 오해와 편견에 이미 오염된 말이다. 인권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 게 아니라, 인간역사의 쓰라린 경험을 반성하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경험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거지’라는 표현 역시 같은 뿌리를 가진다. ‘거지 콧구멍’에서 ‘거지’는 ‘가진 것 없음. 빌어먹음’의 상황을 폄훼하여 관행적으로 쓰인 혐오적 표현이다. ‘언론’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한 공적 영역에서 혐오 표현을 쓴 것은 명백한 공적 폭력이자 기자로서 게으르고 안이했다는 것을 아프게 자각한다. 게다가 정의로운 풀뿌리 언론을 지향하는 <열린순창>의 기자로서 더욱 부끄럽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인권적이고 성찰적인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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