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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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대한 단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8.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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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청에 가면 낙락장송이 보기 좋고 위엄있게 서 있다. 아직은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보기에는 좋다.

소나무는 나무 중에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수리’라고 부르다가 ‘술’로 바뀌었고, 오늘날의 이름인 ‘솔’로 변했다고 한다. 한 웹 사전에는 소나무를 “솔ㆍ솔나무ㆍ소오리나무. 한자어로는 송ㆍ적송ㆍ송목ㆍ송수ㆍ청송이며 수피는 붉은빛을 띤 갈색이나 밑 부분은 검은 갈색이다. 바늘잎은 2개씩 뭉쳐난다. 2년이 지나면 밑 부분의 바늘잎이 떨어진다. 금강 소나무는 줄기가 밋밋하고 곧게 자라며 외형적으로 소나무의 형태이나 곰솔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소나무와 곰솔간의 잡종으로 본다. 처진 소나무는 가지가 가늘고 길어서 아래로 늘어진 형태이다. 반송은 줄기 밑 부분에서 굵은 곁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수형이 우산처럼 다북하다. 은송은 잎에 흰색 또는 황금색의 가는 선이 세로로 있다”고 적혀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든 숲은 흙에서 시작해 풀이 자라고 작은 키 나무가 들어와 우거진 관목림이 되었다가 점차 소나무 숲으로 되는 것 같다. 소나무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잎을 두껍게 쌓아 놓거나 송진을 분비하여 싹을 죽여 버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래종 육송은 이파리가 두 개씩 묶어 나는데 자리를 잘 잡은 놈은 길길이 자라 낙락장송(落落長松)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땅딸보 왜송(矮松)으로 남는다. 그러나 낙락장송이나 왜송이나 다 똑같은 소나무이다. 소나무가 푸른 것은 올 바늘잎은 겨우내 그대로 달라붙어 있고 지난해 생긴 두 살짜리들이 떨어지기에 1년 내내 푸르디푸른 것이다.
이와 달리 잎이 세 개씩 묶어 나는 리기다소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병해충에 강하다고 하여 일부러 들여와 심은 것이다. 소나무면 다 소나무인 줄 알았는데 잎부터 이렇게 다르니 이것이 자연의 비밀이다.
소나무에 얽힌 민족의 애환도 깊고 넓다. 초근목피, ‘송기(松肌)’라는 단어는 정말 입에 담기도 싫다. 어린 시절 외갓집 뒷산에서의 기억이지만 이른 봄 소나무 우듬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곧게 뻗은 지난해 줄기를 낫으로 툭툭 잘라 겉껍질을 슬슬 벗긴 다음에 입에 물고는 양손으로 잡아당기면 속껍질이 벗겨지면서 단물이 툭툭 튄다. 그것을 긁어모아 소쿠리에 담아 말린 것이 송기요, 콩콩 찧어 가루를 내어 밥에 얹어 먹었다. 잔디뿌리가 초근(草根)이라면 떫디떫은 송기는 목피(木皮)다. 굶음을 견디는 고래 힘줄 같은 우리 민족이었기에 초근목피로 허기를 때우면서 고난의 세월을 이겨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 가운데 하나다. 소나무에서 결연한 정신성이나 고절함 같은 것을 읽어내지 못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늘 가까이 함께했던 친근함만으로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들려주던 그 많은 이야기와 서늘한 기운과 아름다움에 대한 온갖 생각과 느낌만은 언제 떠올려도 호연지기를 갖게 한다. 소나무를 만날 때마다 느끼던 벅찬 마음을 다 설명하기엔 내가 가진 언어가 너무 빈약하다.

요즘은 소나무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세상을 꿈꾸어본다.
‘거목 밑에 잔솔 못 자란다’는 말이나 ‘잘 나가는 아버지 좋은 자식 두기 글렀다”는 말은 통한다. 아무튼 숲 속에 빽빽이 들어찬 송림 아래에는 듬성듬성 어린나무 몇 그루를 제하고 도통 딴 식물이 없고, 그렇게 많은 솔 씨가 떨어졌으나 애솔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가 뿌리에서 생장 발아 억제물질을 뿌려놨기에 그렇다고 한다. 우리 지역의 정세가 혹 저러할 지경이라면 성장억제는 버리고 군청 앞 광장처럼 낙락장송은 호연지기를 가져다주고 푸른 잔디는 민초의 의연함을 느끼게 하는 현상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노거수는 저렇게 의연하고 넉넉한 품새를 풍기는데 사리사욕에 찌든 큰(?) 사람에게서는 그런 품새를 느낄 수 없는 것,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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