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부(8) 도도새는 거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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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8) 도도새는 거기 없다!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0.09.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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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왔다 갔다. 땅을 덮칠 듯 거대한 먹구름, 휘몰아치는 바람과 굵은 빗방울을 몰고 온 태풍은 그 소식도 요란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무서운 요즘이다.
기상 이변은 오래전부터였다. 포근한 겨울부터 이상했다. 몇십 년 만에 가장 따뜻했던 겨울, 한파 일수는 역대 최저 기록이었다고 한다. 초봄에도 따뜻했다. 그러다가 정작 따뜻해야 할 4월 초순에는 서리까지 내렸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최장 장마에 최악의 폭우가 덮쳤다. 태풍까지 올라왔다.
지난번에 날씨가 참 거짓말 같다고 썼지만, 믿기지 않아서 하는 말일 뿐. 날씨는 사람들한테 받은 대로 거짓 없이 돌려주는 중이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이 문제를 책임질 것인가? 선진국, 정치지도자, 에너지를 많이 만들고 쓰는 회사와 나라,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어쩔 수 없이 쓰는 사람들. 누구 하나 자유롭지 않다.
전 세계에 ‘기후위기’가 해일처럼 몰려왔다. 이에 더해 코로나 19의 위험이 일상을 무너뜨렸다. 이제 사람들은 이런 위기를 환경의 위기가 아닌 인간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이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시작된 이 위기 앞에 대해 내가,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게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다.

도도새, 생소할지 모르지만, 멸종 생물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동물이다. 지구상에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새는 날지 못했다. 몸길이가 1미터(m)가 넘고 몸무게도 10~20킬로그램(kg) 정도 되는 큰 새였다는데 지금은 그림 몇 장과 모형으로만 남아 있다.
도도새는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았는데 날지 않아도 될 만큼 섬에는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어 땅 위에 둥지를 짓고, 알도 하나 낳았다고 한다, 도도새는 날개를 퇴화시킨 대신 몸집을 키우고 튼튼한 다리와 단단한 부리로 진화해 대대로 번성했다. 
도도새가 처음 만난 사람은 중세 아랍의 선원들이었다. 그 뒤에는 1507년,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 사람들인데 이들은 모리셔스 섬에 정착하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1598년에는 네덜란드의 항해사들이 모리셔스에 도착했고, 1600년대 초반부터는 도도새를 남획하기 시작했다. 
도도새는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무서운 사람들을 보고 달아나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이 섬에 들어오면서 함께 온 가축들도 그들의 멸종을 부추겼다. 1681년 기록을 마지막으로 멸종되었다.
오랜 세월 천적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느라 인간의 잔인성을 모르던 도도가 사라진 것이다. 영원히! 인간이 섬에 들어와 생태계가 무너지고 도도새를 해치기 시작한 지 100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다. 
힐레어 벨록이란 시인은 ‘도도’라는 시를 발표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도도
햇볕도 쬐고 바람도 마셨지
그 태양은 여전히 
-도도새의 고향에 내려쬐고 있는데
도도새는 거기 없다!

다시 들을 수 없는 도도새의 울음소리는 멸종의 상징이 되었다. 인간이 자행한 생태계의 파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말이다.
100년 뒤, 200년 뒤 태양이 떠오를 때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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