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62) 흰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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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62) 흰 구름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09.2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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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오, 보라! 오늘도 흰 구름은 흐른다.

 

잊혀진 고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편으로 흘러만 간다.

기나긴 방랑 끝에
온갖 슬픔과 기쁨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흘러가는 저 구름을 이해할 수 있으리.

햇빛과 바람과 바다와 같이
가없이 투명한 것들을 난 사랑한다.
그것은 고향 떠난 나그네의
자매이며 천사이기에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던 헤세는 소년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90여 년 동안 줄곧 시인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시인이었다.
현실세계에 대한 실망, 인간존재의 무상함이 시 전체에 내재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아름답게 풍겨오는 또 다른 빛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시에서 인간의 삶은 나그네로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그네는 곧 흰 구름이다. 어디인지 모르게 생겨나서 끝없이 나그네처럼 흐르다가 끝내는 무덤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구름의 일생, 그래서 헤세는 ‘기나긴 방황 끝에 / 온갖 슬픔과 기쁨/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흘러가는 저 구름을 이해할 수 있으리/ 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삶이 저기 흐르는 구름처럼 되어 나그네처럼 흘러갈 때 드디어 세상 모든 것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햇빛과 바람과 바다와 같이/ 가없이 투명한 것들을 난 사랑한다/ 그것은 고향 떠난 나그네의/ 자매이며 천사이기에/ 우리는 흔히 고향으로 가자 했을 때 헤세는 그 고향마저 이미 떠난 나그네가 되어 가고 있다. 노래도 없이 소리도 없이 끝내는 무덤도 없이 사라지는 흰 구름을 보면 참 자연스러운데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물 한잔은 어제 흰 구름이 가다가 비로 내려서 지금 한잔의 물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떠 흐르는 구름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 헤르만헤세 1877~1962 독일 시인, 소설가
·인간의 휴머니즘을 지향한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저서: 데미안, 헤세 시 전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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