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들소리 공연…유튜브로 전국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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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들소리 공연…유튜브로 전국 생방송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9.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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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니나 좋을씨고’ 코로나19 호쾌하게 뚫는 순창 소리
최초 무관중 공연… ‘물품기 소리’부터 ‘장원질 소리’까지

“논 잘 맨다. 논 잘 맨다. 금과 농군들이, 농군들이 논 잘 맨다. 얼씨구나 정저리사 절씨구나 정저리사 음 나니나 좋을씨고”

너른 벌판에 벼가 황금빛으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데, 때아닌 모심는 소리가 순창농요금과들소리 전수관에 울려퍼졌다. 
순창농요금과들소리보존회(회장 김봉호)가 지난 19일, 제18회 순창농요금과들소리 정기공연을 펼쳤다. 당초 계획했던 6월 정기공연이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되어 이날, 무관중 공연으로 열려 유튜브로 생방송되었다. 
1부 기념식에서 황숙주 군수는 “금과들소리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시키고자 문화재청에 지정신청 했다”면서 “우리 농요의 가치를 입증하고 기량 향상에 필요한 원형 자료 복원 및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봉호 회장은 “유명을 달리하신 유연식 보존회장님의 뜻을 이어, 농경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우리 농민의 소리, 순창의 소리, 금과들소리를 후대에 영구히 보존하고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어 회원 가입 기간 21년 11개월인 양병옥(대장마을) 회원이 장수상, 뛰어난 연기를 보인 최애순(대성마을) 회원이 연기상, 금과들소리 전승에 성실한 박길심(석촌마을) 회원이 근면상을 받았다.  

곰삭은 순창소리, 전수관 하늘 울려
풍장으로 2부를 열어젖혔다. 김봉호 회장을 포함 60여 회원이 물품기, 모찧기, 모심기, 김매기 등을 시연하며 물품기 소리, 모찌는 소리, 모심기 소리, 김매기 소리-호무질소리, 한 벌소리, 담담서름타령, 오후타령, 군벌소리, 만드레, 장원질 소리를 불렀다. 금과들소리는 두 조(팀)가 서로 소리를 뽐내며 부르는 교환창이다. 용두레, 방아, 절구, 쌍두레 등 금과의 옛 농기구가 볼거리를 선사했다. 매기는 소리, 받는소리 모두 순창 장(醬)처럼 곰삭은 소리로 금과들소리 전수관 위 하늘을 울렸다.

입술 부르터도, 재밌고 신나 힘든 줄 몰라
공연을 마친 회원들의 땀에 젖은 얼굴이 환했다. 50분에 달하는 공연에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장구 소리에 맞춰 춤추고 놀며 하니 힘든 줄 모른다.”(김창휴ㆍ75세) “아직 몸뚱이가 성하니 힘은 안 들어요. 사람들하고 같이 하니 재밌어서 하지.”(김연순ㆍ74세) “기분이 좋다. 그런데 다리가 힘이 안 들어가. 자꾸 비척거리고 자빠지려고 해서 춤이 잘 안되는 게 아쉽다.” (양병욱ㆍ94세), “서너살 때부터 논에서 아버지가 호미질하면 따라다니며 나락을 털었다. 그때 배웠던 가락이라 절로 나온다.”(홍원표ㆍ86세) “만족했어요. 배운 대로 다 했어요. 20일 내 밤마다 연습하고, 소리 녹음해서 집에 가면 또 연습하고… 입술이 다 부르터버렸어요. 마이크 차는데, 엄한 소리 나오면 안 되니까.”(전선애ㆍ68세) “후련하다. 연습할 때보다 더 잘한 것 같다.”(유은숙) “춤이나 노래나 절로 나온다. 신나고 재미있어서 연습한다. 예전에는 밭을 묵혀가면서 연습하러 다녔다. 신나지 않으면 힘들어 못 해. 할 때는 부끄럼도 없어.”(윤경순ㆍ80세) 

아파도 참여한다! 금과들소리 보존 비결
공연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설조자(82) 회원은 “몸이 안 좋아서 (공연은) 못하고, 힘 보태려고 왔어요. 몸 아프기 전까지는 좋아라고 다녔는데, 지금은 서지 못하니…” 아쉬워했다.
비척대는 다리로도 모잡이를 하고 춤을 춘다. 그도 못 하면 앉아서 목청껏 소리를 보탠다. 그마저도 못하면 손뼉이라도 친다. 이들이 힘을 보태 온 덕에 금과들소리는 잊히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 도 유형문화재로 등재된 농요는 32개, 국가 유형문화재는 2개이다. 일제 강점기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잃어가던 지역의 가락을 이어온 노력을 어떻게 가늠이라도 할 수 있을까. 농민들 노래이자 순창 소리, 금과들소리를 지켜온 보존회가 우러러 보였다.
이날 연세 많으신 금과 농부들의 들소리는 코로나19로 우울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며 하늘 높이 울려 펴졌다.
무관중 공연 실황을 유튜브에 올렸다. 21일 기준 조회수는 861회다. 순창농요 금과들소리의 명성을 실감할 수 있다. 유튜브에 ‘금과 들소리’를 검색하면 감상할 수 있다.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는

500여 년 전부터 매우마을을 중심으로 동전ㆍ대장마을 들녘에서 불렸다. 힘든 농사일을 상호 부조 품앗이로 극복하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현장(들녘)에서 불렸다. 순창농요금과들소리 전수회와 보존회가 전국에서 70여 차례 공연했다.
1997 금과노인회가 사라져가는 순창(금과)지방의 전승 농요를 채록, 발굴 시작 / 1998 순창농요 금과들소리 전수회 창립(회원 30명) / 2000 전국 농악경연대회 초청 출연 장려상 수상 / 2002 제43회 한국민속예술축제경연 최우수상(대통령상) 수상 / 2005 전라북도 무형문화제 제32호 지정 / 2008 순창농요금과들소리전수관 건립 / 2010 농협중앙회 문화복지재단 대상 수상

 

선소리 맡은 윤영백(팔덕ㆍ38) 씨

“어르신 한 분 소중해”

 금과들소리 이수자로 팔덕에서 농사 짓는다. 판소리를 전공했고, 사회적기업 ‘섬진강’(남원 소재)의 공연 단장이다. 순창국악원의 판소리ㆍ창극ㆍ민요ㆍ난타 강사지만, 나이로는 금과들소리보존회의 막내다. 
“8년째 공연인데, 해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지금 같은 소리가 안 나왔다. 농요는 내가 전공한 판소리와는 목이 다르다. 기교보다는 곰삭은 소리가 나와야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목에 때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뿌듯하다. 예능보유자인 이정호 선생님 소리까지 나오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가장 보람있고 감사한 게 아프시고 농사일로 바쁘신데도 어떻게든 나오셔서 사람들 북돋우며 연습하시는 어르신 회원들을 뵐 때다. 코로나로 연습을 못 하게 되자 ‘내가 좋아하는 거 못 하게 하니 없던 병이 나겠다’ 하실 정도다. 어떻게든 이 소리를 지켜가겠다는 의지가 높으시다.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금과들소리는 익산 목발노래와 함께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전남이나 경상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어렵게 복원해 이어가는 문화재인 만큼 잘 지켜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보존회원 평균연령이 75세다. 4, 50대가 많이 오셔서 허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농요는 판소리처럼 화려하거나 농악처럼 동적이지는 않지만, 배워보면 재밌고 절로 흥이 난다. 춤도 흥 나는 대로 추면 된다. 많이 참여 바란다. 군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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