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살아계실 때 모시자. 같이 살자.”
식당 외밭골이야기, 공동주방장인 정경자씨와 정경희씨는 노모 조영례(87)씨와 함께 살자고 4형제를 불러모았다. 화기애애하게 살아온 형제들이라 마음이 금세 맞았다. 3형제가 먼저 내려왔고, 막내도 도시살이가 정리되는 대로 내려올 예정이다. 지난 6월, 어머니 사는 팔덕 외밭골에 식당을 열었다. 어머니 집 바로 위다.
장류의 고장 ‘순창’답게 외밭골이야기 주메뉴는 된장과 청국장이다. 작년 가을, 손맛이 좋은 어머니 감독 아래 형제들이 모여 메주를 넉넉히 쑤었다. 2월에는 간장도 담갔다. 올해부터는 청국장을 띄워 손님상에 내놓는다. 여느 한정식 부럽지 않은 반찬은 언니 경자 씨 담당. 경자 씨는 외할머니부터 이어오던 손맛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반찬마다 ‘음! 이 맛이야!’ 무릎이 쳐진다. 방금 마당 뒤꼍 장독 열고 꺼내온 듯, 전라도 깊은 맛이 그릇마다 가득이다. 계절 메뉴는 진주에서 잘 나가는 식당을 운영했고, 조리사 자격증도 있는 동생 경희 씨가 팔을 걷어붙인다. 봄이면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삼계탕, 가을에는 민물새우탕 추어탕 토란탕이다.
“음식은 성의가 있어야지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재미나게 해요. 손도 크고요.”
가게가 외진 곳에 있는 데도 한 번 오신 분들은 꼭 오신다. 동네 분들도 운동 삼아 걸어오셔서 드시고 가신다. 한결같이 “솜씨가 살아있네!” 하신다.
형제가 뭉쳐도 고난은 있다.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데 외밭골이라고 비껴가겠는가. 3월에 열려던 가게는 6월에야 시작했고, 수해도 입었다. 심은 소나무가 유실되고, 산수유 밭도 침수되었다. 그래도 경자 씨와 경희 씨 얼굴은 밝다.
“어머님이 좋아하세요. 어머니와 고스톱도 치고요. 자랑스러워하세요. 옆에 있는 게 최고 효도인 것 같아요.”
3형제는 모두 순창 옥천초 동문이고 막내만 중앙초를 다녔다. 정경자 씨는 14회, 정영균 씨는 19회, 정경희 씨는 21회다. 코로나19를 잠시 피해 있고 싶다면, 강천산 가는 길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외밭골로 오시라. 식당 밖에 펼쳐진 운치있는 풍광은 무료다. 순창읍에서 10분가량 걸린다.
힘내라, 우리 동네 작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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