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그림책 좋아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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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림책 좋아하는 할머니
  • 김영연 독서지도사
  • 승인 2020.10.1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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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에반이즈 사고력교육연구소 연구실장
에반이즈 (언어사고) 초등교재 집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지난 1월 순창에 작은 집을 짓고 단출한 세 식구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새집이라 이것저것 손볼 곳이 많았고, 봄에는 정원과 텃밭 가꾸기, 여름 장마와 태풍의 시절을 거쳐 수확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조롱조롱 매달린 녹두도 신기하고, 땅콩, 밤, 감, 대추, 고구마 정말로 풍요로운 한가위였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밤 문화를 즐기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어느덧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곯아떨어지는 생활 리듬에 익숙해 지고 있습니다. 
저는 도시에서 아이들에게 독서교육, 사고력 교육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 책을 주로 읽다 보니 정작 어른인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골에 오면 한가롭게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할 일(오늘 아침엔 닭장 안의 닭들이 마당에 나와 돌아다녀 잡으러 다녀야 했습니다)이 생기고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일상적인 삶과 작은 소망을 닮은 그림책이 있습니다. 존 윈치의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입니다.

시골 작은 집에 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할머니도 한때는 도시에 살았었지요. 그런데 점점 소란스러워지고 복잡해지자 할머니는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할 일이 아주 많았어요. 집안에도 그리고 집밖에도, 봄이 되자 생각지도 못했던 손님이 찾아왔고, 여름에는 과일잼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해엔 장마철이 너무 일찍 찾아왔고, 비는 겨울까지 내렸지요. 하지만 겨울이 깊어지자, 할머니는 동물을 돌보는 일이며 과일잼을 저장해 두는 일, 그 모든 일들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평화롭고 조용해졌지요. 이제야 할머니는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어요. 주변에는 항상 어딘가엔가 책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 곧 평온한 겨울이 오겠지요, 저도 이제 더위와 피로에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그림책 읽기 모드로 전환시키려 합니다.
그런데 이 나이에 웬 그림책이냐고요? 흔히들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작가 야나기다 구니오는 일생에 세 번 그림책을 만나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어릴 때, 어른이 되어 내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인생의 후반에 다시 한번 만나라고 말입니다. 
사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동화책 속의 삽화 정도였지요. 어른이 되어서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직업이 되다 보니 지금까지는 그림책을 누군가를 교육하기 위해서 분석하고 그런 시각으로만 보게 되었습니다. 환갑을 넘긴 이제 오롯이 저 자신을 위해서 다시 그림책을 만나보려 합니다. 
그림책은 나이, 성별, 국적과 관계없이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표현하고 있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내용이 단순하여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개개인이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이. 그래서 그림책은 1세부터 99세까지 보는 책이라고 하나 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의 로망이 우리 집을 도서관으로 꾸미는 일, 작고 예쁜 책방을 꾸려나가는 일,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누구에겐가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깡마르고 눈이 나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 엘리자베스 브라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독서뿐이다. 잠잘 때도, 학교에 갈 때도, 수업시간 중에도 내내 책 읽을 생각만 한다. 너무 많은 책 때문에 침대가 부러지기도 하고, 책장이 무너지기도 한다. 마침내 책들이 집을 온통 채워 현관문까지 막아버리자, 자기의 전 재산인 책을 마을에 헌납한다. 그리고 날마다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다.”

이번 순창으로의 이사를 통해서 저는 비로소 제가 꿈꾸던 책으로 둘러싸인 저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사올 때 무식하게도 책을 하나도 안 버리고 몽땅 가지고 내려왔거든요. 이 많은 책으로 무엇을 할지 궁리 중입니다. 
순창읍에 도서관은 있는데 아쉽게도 책방이 없더라구요. 어느 날 제가 헌책방을 열 수도 있고, 동네에서 작은 도서관을 열 수도 있겠지요. 요즘 캠핑카가 붐이라고 하던데, 리무진을 개조하여 이동 책방으로 순창을 돌아다닐까 상상도 해 봅니다. 조만간 장터에서, 창림문화마을에서, 면소재지에서 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상상은 자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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