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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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 한상효 기자
  • 승인 2020.10.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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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은 군내 상황 파악이나 기사 작성 등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얼마 전 선임기자가 들어온 제보를 알려줘 바로 달려가 취재했다. 농사짓는 제보자가 농약을 사서 사용했는데 약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보 내용이 독자, 특히 농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민감한 문제라 생각해서 긴장된 마음으로 취재했다. 독자들이 기사를 보며 어떻게 생각할까 짐작해보며 취재했다. 
먼저 피해 작물을 확인하고 제보자와 농약 판매점을 인터뷰 해보았다. 다른 농약 판매점에 물어보고 농약 제조회사에 전화 취재했다. 상황은 이렇다. 피해자는 복흥면에서 농사를 짓는데 7월 어느 날, 농약 판매점에서 추천하는 농약을 사서 살포했는데, 비가 와서 농작물에 약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비가 올 때 사용하면 약해가 발생하는 제품인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농약 판매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농약의 부작용을 알리고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농약 회수를 요청했다. 그리고 농약 사용상의 잘못(피해자의 부주의)이 있는지 농약 자체(판매 문제)가 문제인지 테스트하기로 했으나 농약 제조회사의 철회로 무산이 되었다고 말했다. 
취재한 후 기사를 썼다. 문제는 주간 신문기자라 취재하고 최대 일주일 후에 보도되기도 하는데, 보도하기 전(편집해 인쇄하기 전)에 피해(제보)자에게 그 후 상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신문에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기자분들이 다녀간 뒤에 원만하게 상대와 합의를 봤다. 신문 보도로 그쪽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후 보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보도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제보자는 보도되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제보했을 것이다. 취재를 시작하고 ‘요지부동’이던 판매자가 ‘원만한 해결’을 제안했을 것이고, 기자에게 “보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자(신문)를 이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 불쾌했다.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썼는데 헛수고가 되었다. 제보자의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의도는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고 농약 판매직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 것이겠지만, 내 처지에서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 존재로서 공정 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기자 윤리강령과 실천 요강 첫머리다.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가진 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다 투철한 직업윤리와 기준은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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