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탄금/ 아무리 가르쳐도 반응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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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탄금/ 아무리 가르쳐도 반응이 없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10.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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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牛彈琴(대우탄금, dùi níu tán qín) 對 대답할 대, 牛 소 우, 彈 퉁길 탄, 琴 거문고 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218)

《弘明集(홍명집)》에 나오는 얘기이다. 公明儀爲牛彈淸角之操, 牛伏食如故(공명의위우탄청각지조, 우복식여고) : 공명의가 소를 위해 고상한 곡을 들려주었으나 소는 머리를 숙이고 여전히 풀을 뜯었다. 

젊은 시절, 부동산에 빠삭한 친구가 나에게 강권한 것은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더 사두라는 것이었다. 난 그때마다 이자 부담이 크고 결국 빚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듣지 않았다. 그의 말을 잘 따른 다른 친구는 지금 다주택 소유에다 상가도 두 개나 갖고 있다. 지금 정부가 ‘다주택자는 반드시 후회할 거’라며 여러 가지 부동산 정책을 내놨는데…, 과연 그리되어 나를 ‘융통성이 없이 대우탄금한 놈’이라고 조롱했던 그 친구의 말이 ‘다 맞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한(東漢, 25-220)시대 모융(牟融)은 재기가 넘치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경사(經史 : 경서, 역사서, 시문집 등)를 모두 독파한 천재였다. 불교 도리에 대해서도 정통하여 많은 유가(儒家)의 학자들도 그에게 불교와 관련된 학문을 배우려 하였다. 그러나 모융이 유학자들에게 불교의 도리를 설명할 때에 불전을 인용하지 않고 오히려 유가의 시경과 서경 등을 인용하여 가르쳤다. 그래서 일부 유가의 학자들이 타당치 않다고 비판하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모융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여러분은 아마도 불경에 대하여 매우 생소할 것입니다. 그러나 평생 유학을 연구하신 여러분은 유가의 경전에 대하여는 이미 수없이 배워 내용을 물 흐르듯 외워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불경을 유학의 내용을 인용하여 설명해 드리는 것은 여러분에게 불교의 도리를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는데 있습니다.” 
모융은 자기의 의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고사를 들려주었다.
“노(魯)나라에 살던 공명의(公明儀)가 하루는 풀을 뜯고 있는 소가 듣도록 거문고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거문고 소리가 은은하고 아름다워 마치 선악(仙樂)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소는 거들떠보기는커녕 고개를 숙이고 계속 풀을 뜯을 뿐 음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가 못 들은 것이 아니라 고상한 곡조는 소귀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즐거운 곡을 연주하는 것을 포기하고 모기와 파리가 우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소가 바로 풀 뜯기를 그만두고 꼬리를 흔들어 대며 귀를 쫑긋 세우더니 정신을 차리며 긴장하는 모습으로 듣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시와 경서를 인용하여 불교의 도리를 설명하는 것은 이러한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유학자들이 모융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고 다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모융이 이처럼 ‘소에게 거문고 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도리를 말해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므로 헛수고’라는 뜻으로 인용한 것이다. 그가 유학자를 깎아내려 그들이 소와 같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후세 사람들이 성어로 사용할 때에는 좀 우둔한 사람에 대하여 높고 깊은 도리를 설명하거나, 어떤 사람이 그에 대하여 흥미를 갖지 않거나 어떤 일을 이해하지 못할 때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우리가 흔히 쓰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은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로 제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도대체 알아듣지를 못하다는 뜻이다. 또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말의 귀에 스치는 동풍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충고 등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이쪽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상대에게 아무런 반응도 주지 않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즉 사람의 의견이나 비평이나 충고 등을 전혀 상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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