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모두 가까이 살아 참 좋아”
1979년 시작한 이불가게, ‘목화주단’ 주인 김정자(72) 씨.
당시만해도 혼인하려면 예단이 가장 큰 일이었다. 목화솜 이불을 친지들에게 돌리며 인사에 대신했다. 스무 채는 기본이었다. 혼인을 앞두고 포목상점(목화주단)부터 와서 한복 맞추고, 이불을 골랐다. 김 씨가 직접 한복을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치수도 재고, 맞는 색을 골라주고, 광주에 재단을 맡기기도 했다. 유행도 알아야 하고 안목이 필요한 일이다. 이불은 직접 누비기도 했다.
지금 예단은 옛일이 되었다. 혼인하면서 이불 예단을 돌리는 일은 거의 없다. 침대 사면 이불도 준다. 기후 온난화도 이불가게 풍속도를 바꾸어놓았다. 철철이 바꿔 덮어야 했던 이불이 이제는 얇은 이불 하나면 된다. 이불이 필요하면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시킨다. 이제는 장날에도 이불 하나 팔기 어렵다. 목화주단을 운영하며 2남 1녀 삼 남매를 키웠는데 이제는 ‘세 안 내니’ 그나마 붙들고 있는 꼴이다.
그래도 김 씨는 좋은 이불만 판다는 자부심이 있다. “나는 싸구려는 안 갖다 놔. 잠자리만큼은 좋아야지.”
순창에서 태어나 순창에서 성장한 자식들은 광덕합기도 관장, 까까미용실 사장이 되었다. 며느리는 군청 공무원이다. 40년가량, 순창 사람들 ‘좋은 잠자리’를 마련해주어 그랬나. 자식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 모두 가까이에서 사는 복을 누린다.
이웃에 내미는 한 마디도 정겹다.
“우리 순창은 예부터 공기 좋고, 물 맑아서 무슨 음식을 해도 맛이 다르다잖아요. 살수록 순창이 인심 좋고, 살기 좋아요. 요즘, 코로나로 사업이 힘드신 분들 많을 텐데, 순창의 저력으로 극복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