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가게] 만물상회, 이근식ㆍ정영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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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 만물상회, 이근식ㆍ정영임 ‘부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0.1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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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게 32년, 장사보다 농민들 걱정
한 푼 덜 벌어도, 신용은 지키며 살았어.”
▲만물상회 이근식,정영임부부. 뒤에 가게와 나이가 같은 오랜된 앉은뱅이 저울

양지교 앞에 쌀ㆍ잡곡을 도ㆍ소매하는 만물상회가 있다.
“14살 때부터 어머님 따라다니며 리어카(손수레)를 끌었어요. 논밭을 다니며 쌀과 잡곡을 사다가 장에 내다 팔았지요.”
이근식 소년이 끌던 손수레는 번듯한 ‘만물상회’가 되었고 만물상회 이근식 사장님은 칠순 어르신이 되었다. 살림집도 가게와 붙어있다. 이근식(72)ㆍ정영임(70) 부부는 “요즘 말로 주상복합”이라며 웃으신다. 
비대면 거래가 대세가 되어버린 코로나19 시대, 만물상회는 어떨까?
“늘 오시는 분이 오시는데, 쌀이 좋으니까. 믿고 사드시지. 인제 코로나 때문에 시장에 잘 안오니까, 도시에서 일부러 오는 사람들 있었는데 올해는 안 와.”
가게가 안 되는 것보다 작물 값이 모두 올라버린 것이 더 걱정이다. 
“깨, 콩, 팥 모두, 올해 겁나게 올랐어. 고추도 작년에는 만원, 9000원. 8000원도 했는데, 1만 8000원, 2만원 해.” 값이 올라도, 태풍에 반타작 난 농민들 가슴은 새까맣다. 농사짓는 농민인 이 씨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이 씨는 가게 앞 양지다리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이 보이면, 자기도 모르게 차에 시동을 걸고 태워 모셔 드린단다. 무더운 땡볕이나, 차가운 바람이 불어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마냥 보고 있을 수 없어서다. “내가 교회는 안 나가. 장사라는 게 거짓말을 안 하고는 할 수는 없다고 하잖아. ‘밑지고 판다’는 건 거짓말이잖아. 그래도 양심은 어기지 않고 살았어. 한 푼 덜 벌어도 신용은 지키면서… 그러면 언젠가는 돌아오더라고.” 양지교 앞 버스정류장을 살피는 선한 시선, 만물상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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