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초 그림책 사랑 10년 … 첫 결실 ‘원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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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초 그림책 사랑 10년 … 첫 결실 ‘원화 전시회’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0.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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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ㆍ학부모ㆍ교사 … 호흡 맞춰
1년준비, 전교생 그림책 작가됐다
11월17∼22일 옥천골미술관 전시

그림책은 아이가 처음 만나는 책이며, 첫 여행이기도 하다.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읽어주는 행위는 어른과 아이가 정신적으로 손을 잡고 떠나는 신비한 여행입니다. 그림책을 정성껏 읽어주어서 어린이가 귀기울여 듣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풍부한 공감과 기쁨이 생겨납니다.(중략) 듣는 어린이와 읽어주는 어른의 마음이 그림책을 통해 서로 교류하여 기쁨을 함께하고 신뢰감을 굳건히 할 때, 비로소 그림책은 예상할 수 없었던 커다란 창조성을 발휘하게 됩니다.”(아동도서 전문가 마쓰이 다다시)
그림책이 이끄는 길은 유대감과 기쁨을 지나 창조성의 길을 낸다. 풍산초의 그림책 작업이 그 증거이다. 

▲그림책 작업이 한창인 ‘융합의 국어 교실
전은서, 김가온 학생(풍산초 6년)이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은서, 김가온 학생(풍산초 6년)이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학부모회, 그림책 읽어주기 10년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써보자’

풍산초의 그림책 사랑은 10년 전 학부모회에서 시작되었다. 매주 목요일 8시 50분이면 학부모들이 교실에서 책을 읽어준다. 졸업생의 학부모들도 참여하고 있다. 풍산초 학생들은 초등학교 6년 내내 학부모들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듣고 자랐기에 자기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학부모가 제안했다. 교사들은 처음에는 난감했을 것이다. 가보지 못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외부 강사를 섭외할까? 미술 수업 시간에 할까? 고민과 협의 끝에 교사들이 먼저 그림책 연수에 참여했다.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수업을 재구성해서 모든 교과에 녹여내기로 했다. 풍산초 그림책 작업의 첫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 그림 못 그리는데요?’
그림책 깊게 읽기부터 시작

시작은 그림책을 깊게 읽는 것이었다. 책 한 권 가지고 이야기 나누기, 작가의 생각을 가늠해보기, 나의 이야기 꺼내기 등으로 이어졌다. 깊게 읽으면서 보통은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왕따, 죽음, 이혼 등 말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자연스레 이야기했다.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에 처음 학생들의 반응은 “저 그림 못 그리는데요?”였다. 학생들은 작업이 진행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면 되는구나.’ 깨달아갔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결과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도 쉽지 않았을 터. 그림책 작업을 이끈 이예인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맞춤법 틀리든, 괴발개발 쓰든, 그림을 꼼꼼히 그렸네, 마네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학기에 들어서면서 교실 뒤쪽 칠판에 학생들의 이야기짜기판이 걸리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그림이 다 그려지면, 10월 안에 책을 만든다. 학교 단위에서 제작, 인쇄, 전시까지 어렵지 않았을까? 
“이 작업을 위해 자체 예산을 마련했고, 올해 코로나로 현장학습 등이 취소돼 그 예산도 보탰다. 옥천골미술관의 지원도 컸다. 특별전시로 준비해주셨다. 팸플릿, 홍보, 펼침막도 지원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이 교사는 어느 학교라도 학생, 학부모, 교사가 마음을 모은다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사, 아이들과 깊게 교감
‘차이’에 대한 새로운 시선
 

그림책 작업은 교사에게도 성장과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림책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독자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작가라고 하지 않는가. 책이 완성된 어떤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담는 그릇일 뿐이라고 여겨진다. 작업하면서 아이들이 단점, 예민한 이야기, 꿈 등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을 보았다. 교사로서 아이들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아이들과 깊게 교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교사들은 작업 속도나, 실력의 ‘차이’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속도가 늦은 아이가 아니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게 필요한 아이였다.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여 방과후나 쉬는 시간에 작업했다. ‘차이’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림 실력의 차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재료를 다양하게 제안했다. 연필, 크레파스, 색연필, 모자이크, 사진 등으로 재료를 넓혔다. 덕분에 그림책은 훨씬 다채롭고 자유로워졌다. ‘차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만든 그림책 모든 장이 소중해’ 
세상에 하나 뿐인 작품들

이 작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학생들이다. 어린이 작가를 만나봤다. 
“내 단점 캐릭터를 만든 수업이 생각나요. 처음에는 말하기 힘들었는데, 속에 있던 이야기를 하니까 속이 시원했어요. 대사 같은 거 생각 안 날 때, 친구들하고 선생님이 이런 건 어떠냐며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김가온(6년)
“이 그림책은 다 내 이야기니까,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전은서(6년)
내년에 이 작업을 하게 될 후배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부담감을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담감을 가지면 뭔가 내 작품이 싫고, 더 예쁘게 하려 하잖아요. 자기 작품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너무 부담감 느끼지 말고,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어.”
학생들에게 “작품 중 어떤 장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물었다.
잠시 고민하다 전은서 학생이 말했다. “다요. 모든 장이 다 소중해요.”
이예인 교사는 순창의 모든 교사와 주민, 학부모, 친구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기 바란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른들이 많이 몰랐던 것 같아요. 많이 오셔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보여 주시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뿌듯해할 거예요.”
풍산초 아이들의 원화 전시회는 11월 17일부터 22일까지 옥천골미술관에서 열린다.  

 

※31명의 어린이 작가들이 그려낸 31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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