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63) 송인(送人) - 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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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63) 송인(送人) - 임을 보내며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10.2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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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雨歇長堤草色多(우혈장제초색다)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짙어가는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벼가)
남포에서 임을 보내니 슬픈 노래가 나오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언제나 다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에 보태질 텐데.

 

 

이 시는 이별을 주제로 한 시다. 누구와 어떻게 이별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렇게 대동강물에 눈물이 보태져 마를 날이 없다 하였으니, 다소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매우 슬픈 이별이 있었기에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보인다.
이 송인(送人)이라는 시는 당시 송나라 시인들에게도 많이 회자하고 있는 터라 송나라 사신들이 평양에 오면 대동강 가 영광정에 걸려 있는 이 시를 꼭 감상하고 갔다 한다. 그래서였을까, 정지상이 어느 때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이 송인이라는 시만은 많은 사람이 암송하면서 전해 내려왔다. 특히 ‘별루년년청록파’라는 시구는 많은 시인에게 회자하면서 유명해진 시구다. 아무튼, 이별 없이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만나면 헤어져야 한다. 어린 이별의 슬픔이 얼마나 켜켜이 쌓였는지 정지상 사후 500년 쯤 지난 조선 후기 송강 정철 시인이 다시 이 이별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길 우희 두 돌부처
-송강 정철 

길 우희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조 서서
바람 비 눈서리를 맞도록 맞을망정
인간의 이별을 모르니 이를 부러워하노라

얼마나 이별이 슬펐으면 길 위에 두 돌부처를 부러워했을까.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가가 손을 잡을 수 없는 인간이 아닌 돌부처다.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수많은 이별을 웃으며 보내는 방법은 없을지 터득하면서 살아야겠다.

■ 정지상(鄭知常ㆍ?~1135) 고려 인종 때 문신,《동문선》(東文選)《피한집》(破閑集]) 수록.
정철(鄭澈ㆍ1536~1593) 조선 명종ㆍ선조 때 문신,《조선왕조실록》〈선조실록>,《송강전집》
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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