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문 씨 복흥에 귀촌한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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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문 씨 복흥에 귀촌한 소리꾼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0.2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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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한승호 바디 판소리 ‘적벽가’ 전승
‘서편제의 본향, 박유전 명창의 태자리 순창’ 명성 찾아야
▲국립국악원 ‘한승호제 적벽가’ 공연 모습.

인연 닿아 왔는데, 서편제 본향인 순창 복흥
복흥면 서마리 마재(현재 하마마을)는 조선 후기 명창이자 서편제 창시자인 박유전(朴裕全, 1834-1904) 명창의 태자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유전 명창의 생가터와 비석만 있을 뿐, 소리의 본향으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잇지 못하다. 이를 남달리 안타까워하는 이가 있다. 올해 복흥에 귀촌한 우정문 ‘국가 무형문화재 제5호 한승호 바디판소리 전승자 및 보존회’ 초대 회장이다. 우 대표의 소리를 거슬러가 보면 한승호 명창-박동실 명창-김채만 명창-이날치 명창-박유전 명창이라는 본류에 가닿는다. 박유전 명창의 소리가 우정문 회장에게 이어지고 있다. 우 대표는 “인연 따라 왔는데, 복흥이 박유전 명창의 태자리더라고요.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 너털웃음을 웃는다. 우 회장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들과 전문인들이 모여 국악 전반의 교육과 공연을 하는 ‘선궁전통문화예술원’ 총본원장이기도 하다.

자연과 동화되는 순간, ‘살아있구나, 이게 나구나’ 
우 회장가 사는 마을은 심적산 계곡 언저리다. 아이들은 9세, 3세로 복흥초에 다닌다. “마을 분들이 애들 소리가 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좋아하시고 소리하기 좋은 곳도 알려주셔서 소리를 한다. 콘크리트 건물, 매연 속에서 하던 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산과 물이 흐르는 자연에서 소리 연습을 하면 절로, ‘내가 살아있구나. 이게 진짜 나구나.’ 느낌을 받는다.” 순창에 오기 전에도 우 대표는 여름과 겨울이면 독공을 하러 지리산에 들곤 했다. “독공은 소리 자체의 기량을 기르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산에서 소리를 하면 저절로 자연과 동화되는 순간이 와요. 그 소리는 다르죠.”
거주하는 귀농인의 집은 가을인데도 외풍이 심하다. 그러나 우 회장의 얼굴은 밝고 환하다. “복흥초에서 아이들 소리를 가르쳐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현재 일정으로 무리긴 하지만 시간을 만들었지요. 이렇게 자연과 지역에 조금씩 들어가고 싶습니다.”

산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 판소리 외길 30년
우 회장가 전통음악에 들어선 것은 초등 시절이다. 워낙 음악을 좋아해 웬만한 가요나 성악을 곧잘 흉내내기가 어려웠다. 판소리는 달랐다. 도통 흉내를 낼 수가 없었다. “어, 이게 뭐지?” 그렇게 시작한 판소리 인생. 30년 넘게 연구해왔지만, 끝이 없다. “우리 소리는 하면 할수록 좋아요. 다른 음악은 많이 들으면 물리는데 우리 소리는 할수록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늪 같아요.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해마다 달라요. 산을 하나 넘을 때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할까요.”
우 회장는 “외국 전통음악을 듣고 대단하다고 손뼉 치는데, 정작 그들은 우리 소리를 듣고 ‘당신들이 더 대단하다’고 놀라고 환호합니다. 판소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고 2003년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어요. 반면 서양음악은 선정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유네스코 무형유산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입증이기도 하지만 없어질 위기에 봉착해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는 판소리 현주소에 우려를 표한다. 

서편제 본향 명성에 걸맞은 순창 일구기
우 회장도 고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왔다. ‘스승님이 돌아가실 때 당부하신 말씀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부담과, 전승을 위해 강의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몇 년 전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목발 짚고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과도한 부담에 정작 나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이 있었어요. 이제 나를 다시 찾으니까, 내가 뭘 얻으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것. 내가 좋아서 한 거고 그 자체가 나라는 당연한 걸 새삼 깨달았어요. 소리는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지요. 내가 소리를 하는 한 소리는 끊기지 않는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즐기며 하려고 합니다.”
우 회장의 바람은 서편제의 본향, 박유전 명창 태생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순창을 일구어가는 것이다. 순창에 예술촌이나 소리촌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우리 소리를 이어가고, 관광객에게 우리 소리의 맛을 느끼게 하고 싶다. 
우 회장에게 ‘소리는 내 운명’이다. 오는 음력 12월 13일은 한승호 명창의 기일이다. 매년 지내온 제사지만, 올해 제사는 더욱 특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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