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36)/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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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36)/ 노래
  • 선산곡
  • 승인 2020.11.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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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스 폰트스 Dulce Pontes, 더러 돌체 폰테스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포르투갈의 복잡한 언어대로라면 전자가 맞는 모양이다. 그 둘스 폰트스가 부르는 파두 <바다의 노래>라는 곡이 있다. 원래 그녀의 어머니인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불렀지만 딸인 폰트스가 새롭게 부른 버전은 워낙 유명해서 반주곡(가라오케)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엄마가 아들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공부해야 돼요.”
“이 노래만 부른 뒤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엄마는 음식 한 접시를 만들어온다. 아들의 응석을 달래는 뇌물인 셈이다. 엄마와 아들의 이 실랑이는 영상을 본 짐작이었지만 댓글을 번역에 올려보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들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녹음시설이 좋은 자기 집인 것 같은 이 무명싱어의 가창력이 폭발적이어서 솔직히 놀랐다. 
<바다의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윤희정이란 우리나라 가수도 불렀지만 폰트스의 분위기는 아니다. 그 많은 버전 중에 나는 10여 년 전 이 청년이 부른 곡을 즐겨 듣는다. 
그 반주곡을 틀어놓고 언젠가 따라 불러보다가 곧 그만 두었다. 가사가 아니라 리듬 흉내 내기였지만 남의 나라 노래 따라 부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노래란 소리 내어 불러봐야 하는데 속으로만 듣고 익힌 것은 아무래도 훈련이 되지 않는다. 파두는 고사하고 요즘 우리가요도 아는 것 하나 없고 불러본 적도 없다. 노래방 안 가본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으니 한때 가창력을 뽐내던 내 노래실력도 이젠 물에 가라앉은 종이배신세다. 나는 이제 노래꾼이 아니다. 
포르투갈의 역사를 살펴본 것은 순전히 파두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국토가 바다에 닿아있는 점이 같으니 그 정서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바다로 나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들의 한이 노래가 된 것이 곧 리스본파두요, 귀향한 남자들에게 남은 것이 없는 고향에서 쓸쓸히 부른 노래가 코임브라파두. 리스본파두는 대중적이고 코임브라파두는 클래식한 면이 있다고 한다. 남자가수 까마네Camane의 노래를 들어보면 짐작이 간다.
바다가 그런 모양이다. 배를 타고 떠난 남자, 그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배경은 역시 바다다.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상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옛 가요 중에 <삼천포 아가씨>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 가끔 나를 울컥하게 하는 이유를 처음엔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깨달은 것. 가사 때문이었다. 다른 노래와 달리 이 노래는 가사가 3절까지 있다. 그 3절에 ‘꽃 한 송이 꺾어들고 선창가에 나와 서서’ 때문인 것이다. 기약 없이 떠난 임이 혹여 돌아올까 나가는 선창가.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꽃 한 송이 꺾어들고 서 있는 선창이다. 그 허망하고 슬픈 기다림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수십 년 흐른 뒤에 비로소 알았다.
<바다의 노래>. 그리고 <삼천포 아가씨>는 분위기가 같은 노래는 아니다. 다만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의 한<恨>은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나도 한때 바다를 동경했다. 내 슬픔의 원천이 전생의 바다와 연관되었음을 믿었지만 이제 그 생각은 말끔히 지웠다. 바다를 가도 덤덤하다. 친구를 데려가 버렸다는 원망도 있었지만 그게 바다 탓인가. 바다는 원래 그런 것. 이젠 상처도 분노도 없는 차가운 응시만 남았다. 그래선지 지금은 가수가 되었을 포르투갈의 어린 청년이 부르는 <바다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 그다지 처연하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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