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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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 박붕서 교장
  • 승인 2020.11.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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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붕서 복흥초등학교 교장

이 시기만 되면 순창 면 단위 농촌 지역의 학교는 학교 홍보에 바쁘다. 단지 홍보 차원을 떠나 점조직이라도 동원해서 만들어 내야 할 과제가 있다. 줄어들거나, 읍내나 도시로 떠나려는 아이들, 큰 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들의 존재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내년을 위해 초등학교는 학급을 유지해야 하고, 병설유치원은 원아를 일정 수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경우라면 학교의 경쟁력을 키워 유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골학교는 그 차원을 넘어섰다. 아이들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다.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하는 일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혁신하여 읍내나 도시에 있는 학생들을 유치하는 전략과 동시에 현 상황을 인정하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왜냐하면, 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는 학교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맡지만 학교가 해결해야 할 변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말 같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학교혁신, 교육혁신을 통해서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이라고 여기는 인구문제도 바로 그렇다.
병설유치원의 경우는 기관별 협의를 통해 원아 분배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남아 있다. 복흥면의 경우 하나의 면에 어린이집 하나, 병설유치원이 둘이나 된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부터 누리과정 대상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고, 병설유치원은 누리과정 대상 아동만이 정원 수에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아이들을 두고 세 기관이 유지되고 있는데 아이들이 없어 기관별 원아 유치를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다. 현재는 각 기관의 의지와 역량에 기관 유지를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원아들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세 군데 중 몇 군데는 정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것을 교육청과 군에 제안하고 싶다. 이해관계가 명확한 문제이기에 상급기관이 어떻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이 미래를 예측해서 교육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유아 돌봄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맡고, 누리과정 아이들은 병설유치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복흥면처럼 병설유치원이 두 군데인 곳은 하나로 통폐합하는 것으로 상급기관이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한 번의 만남으로 쉽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로섬 게임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나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다 보면 합리적인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되면 학부모님들도 심적으로 편안해질 것이다. 더는 원장님과 교장선생님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고, 한쪽을 선택함으로 인해 다른 한쪽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도 이제는 통폐합에 대한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고민해볼 문제다. 이런 문제는 정책적이기에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연구기관에 의뢰를 해 현실 파악에 나설 일이다. 마을 교육공동체, 지역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교육 주체들의 고민에 찬물을 끼얹는 제안일 수 있으나 같이 해야 할 아이들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면 이제는 유연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단 획일적인 정책이 아닌 각각의 공동체의 상황과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결합을 통해서 말이다.
이맘때쯤이면 학교나 유치원은 올 한 해의 교육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즐거웠던 활동들을 떠올리고 그동안 힘들었던 심신에 회복제를 주고, 더욱더 알차고 재밌는 내년 교육과정을 위해 알찬 평가의 시간을 갖는 시기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아이들 유치를 위해 비즈니스 아닌 비즈니스를 하는 데 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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