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외면 받는 농작물 재해보험, 당장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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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외면 받는 농작물 재해보험, 당장 개선하라”
  • 김민성 협의회장
  • 승인 2020.1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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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성 귀농귀촌협의회장

긴 장마에 연이은 태풍이 몰아치면서 수확 철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농작물 피해가 상당하다. 벼는 30% 정도가 줄었고, 콩은 30% 정도 수확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벼 보험금을 신청했더니 손해평가사가 자기부담률을 설명하면서 “나올 것이 얼마 되지 않다”라는 취소 권유에 일리가 있어 따랐는데 개운치가 않다. 이럴 줄 알았다면 80% 정도 쓰러진 올해 대신, 20%밖에 쓰러지지 않았던 지난해 신청하지 않았어야 했다. 천재지변을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그래서 가입한 것이 농작물 재해보험인데 유명무실하다는 원성이 크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작물 피해에 보험원리를 적용한 정책보험으로 2001년 처음 도입됐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보험 가입률이 40%도 안 되지만, 이상저온 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최근 가입률이 많이 증가해 중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보험사의 손해를 농업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보험제도가 계속 변경되면서 맹탕 보험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보험은 중요한 것이 내는 보험료와 받는 보험금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보통 80% 정도를 중앙정부와 지자체(정부 40∼60%, 지자체 15∽40%, 지역에 따라 차이)가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보험료 50% 일괄 국비 지원을 자기 부담률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 개편했다, 자부담인 10∼15%는 국비 40%, 20%는 국비 50%, 30% 이상은 국비 60%를 지원받게 됐다. 문제는 농업인들이 국비 지원율이 높은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보험료는 줄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금이 감소한다는 허점이 있다. 이 결과 농업인은 동일한 피해에도 이전보다 약 37.5% 감소한 보험금을 받게 됐다. 여기에 2018년까지 운영하던 전년도 무사고 농가에 대한 보험료 5% 추가 할인제도를 올해부터는 중단했다. 농가에 대한 혜택과 보장수준은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급기야 농식품부는 올해, 적과 전 피해 발생 과수에 대한 손해보상률을 80%에서 50%로 축소해 냉해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정부의 정책보험을 단독으로 파는 농협손해보험도 문제지만 농식품부와 그 중간에서 지도 감독하는 농업보험정책금융원은 더 문제다. 정부가 농협손보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주어야 할 미지급금이 농작물재해보험만 1112억 원이다. 보험료 국가부담금과 모집수수료 인건비 등 운영비다.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서 가입자를 다 받도록 지도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손해보험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극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농업인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는 시군별로 보험료율이 산정돼 하나의 행정구역 내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피해 없는 농가까지 보험료가 상승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어업재해대책과 농업재해보험의 지원기준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을 민영보험사에 독점권을 주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농협손보는 농협중앙회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다. 손실을 피하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갈수록 피해산정, 보상기준이 농민에게 불리하게 만든다. 
정부는 생색만 내는 농작물 재해보험을 과감하게 개선하라. 현행 67개 품목을 확대하고 보상비율을 현실화하라. 자동차 보험처럼 누진시키지 말고, 당해 피해는 당해 산정해서 보상해야 한다. 자연재해인데도 쓰러진 벼 현장에서 “보험금 수령 이력이 있으니 몇 년간 신청하지 말라”는 손해평가사의 권유가 나와서 되겠는가. 환자의 수술을 미루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궁극적으로는 법률을 제정,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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