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13) 동계면 어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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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13) 동계면 어치리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11.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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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이야기 (13)
-장군목과 용궐산 비경이 있는 곳

어치리(於峙里)는 동계면에 속하는 법정리로, 어치마을과 내룡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1914년 이전에는 순창군 아동방에 속했으며, 행정구역개편 때 남원부 영계방과 순창군 아동방을 합해 동계면에 편입되었다. 
1970년대만 해도 산간 오지 마을이었으나 현재는 도로 확장과 포장공사로 교통이 편리해졌으며, 청정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 발생 유원지로 탈바꿈했다. 2020년 10월 기준 어치리 인구는 82가구에 155명으로 남자 78명, 여자 77명이다. 

▲어치마을 전경.
▲내룡마을 전경.

어치리 느티나무

어치리 느티나무는 수령 약 300년으로 마을이 생길 때 식재되었다 한다. 높이 16미터(m), 가슴 높이 너비 1.38m, 수관 폭 22m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으며 나무 옆에는 모정이 있어 여름철이면 마을 주민의 땀을 식혀 주는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나무 기둥 가운데는 외과 수술을 했다. 1982년 9월 20일 보호수 제9-12-3-3호로 지정되었다.

▲어치리 느티나무.

어치마을 돌탑

구미리에서 어치리로 들어오는 길목 마을 입구 양쪽에 돌탑이 있다. 마을주민들은 돌탑이 있는 곳을 ‘탑거리’라고 부른다. 어치마을 돌탑은 마을이 산중턱에서 구미리 방향으로 툭 터져 있고 마을 수구가 넓어 풍수상 기(氣)가 빠져나갈 염려가 있어, 마을의 기를 보전하기 위해 마을 입구 양쪽에 조성한 수구막이 돌탑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위치에서 오른쪽 돌탑은 사각형 형태를 갖추었고 돌탑 상단에 탑심 1개가 세워져 있으며, 영감(남자)으로 불리는 돌탑이다. 왼쪽 돌탑은 원추형으로 규모가 남자에 비해 작은데, 할매(여자)로 불리는 돌탑이다.

▲어치마을 돌탑.

장군목 유원지

섬진강(蟾津江)은 진안군 팔공산 자락 옥녀봉 아래 데미샘에서 시작해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를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가는 강이다. 길이 223킬로미터(㎞)로 남한 5대 강 중 수질이 가장 깨끗한 강이다. 600리나 되는 길이인 만큼 다양한 경치를 보여주는데 순창군 일대를 흐르는 적성강, 즉 어치리 내룡마을에서 풍산면 대가리 향가마을까지가 풍광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섬진강 상류 내룡마을에는 마치 밀가루로 반죽하다 굳은 듯한 형태의 바위들이 있다. 바로 장군목 유원지다. 어치리 뒷산인 용궐산과 남쪽 무량산의 형상이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의 목에 해당된다고 해서 ‘장군목’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장구목’으로도 부른다. 계곡이 ‘장구의 목처럼 좁아진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부르던 이름이다. 
장군목 유원지에는 볼거리가 많다. 수만 년 동안 섬진강 물살에 깎인 기묘한 바위들이 3킬로미터에 이르러 마치 바위 전시장을 연 듯하다. 이 일대 구멍난 바위들은 침식지형이다. 기반암에 모래 또는 자갈이 물살에 의해 회전하면서 구멍이 뚫리는 현상으로, 우리말로 ‘돌개구멍’이라 한다. 강원도 인제 내린천, 경기도 가평 가평천, 지리산 용유담과 함께 국내에 몇 안 되는 지형이다. 
그중 백미는 강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요강바위’다. 높이 2미터, 폭 3미터, 무게가 15톤이나 된다. 소변보는 요강을 닮아서 요강바위, 또는 용이 승천하려고 용틀임을 하는 용틀바위로 불린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다섯 명이 토벌대를 피해 요강바위 속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으며, 아이를 못 낳는 여인들이 요강바위에 들어가 지성을 들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이 바위는 한때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993년에는 중장비까지 동원한 도석꾼들에 의해 도난을 당하기도 했으나 도난 후 1년 6개월 만에 마을주민들이 노력으로 되찾아 왔다. 
바로 옆에는 자라를 닮은 자라바위가 있고, 물결 무늬를 이룬 거대한 너럭바위는 여인들이 목욕한 뒤 기묘한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바위의 굴곡이 여체를 연상시켜 누드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자주 이용된다. 장군목 유원지는 영화 〈아름다운 시절〉(1998)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2010년 8월에 동계면 어치리 내룡마을과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의 섬진강 마실휴양 숙박단지를 연결하는 현수교가 놓였다. 길이 107미터에 폭 2.4미터로 자전거 길로 이용되고 있으며, 차량 통행은 불가하다. 장군목 현수교는 2013년 8월에 섬진강자전거길 종주노선이 완공되면서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장군목 유원지와 현수교.
▲요강바위.

 

어치리 가마터

어치마을에서 서남쪽으로 200미터 가량 떨어진 무량장골 입구에 어치리 가마터가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전북대학교박물관 주관으로 《순창문화유적 분포 지도》 제작을 위해 실시된 문화재 지표조사를 통해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다. 어치리 가마터는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순창군 3개의 가마터 중 하나다. 
문화재 지표조사 때 무량장골 입구 논과 밭에서 분청사기 조각을 중심으로 백자 조각, 요벽(窯壁) 조각, 도짐이, 회청색 경질 토기 조각 등이 수습되었다. 이중 회청색 경질 토기 조각은 기벽(器壁)이 얇고 동체부(몸통)에 돌대가 돌려져 고려시대 토기 조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만 어치리 가마터와 관련된 가마터와 소토부의 흔적은 확인하지 못했다. 

용궐산(龍闕山)

순창 북동쪽에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처럼 마주 보는 산 3개가 있다. 해발 647m인 용궐산과 586m 무량산 그리고 461m 벌동산이다. 섬진강 동쪽에 용궐산과 무량산이 형제처럼 이어졌고 강 건너 서쪽에는 벌동산이 서 있다. 
용궐산(龍闕山)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아주 매력적인 산이다. 북ㆍ서ㆍ남 삼면이 섬진강으로 에워싸여 있어 등산 코스도 섬진강변에서 오르내린다. 
‘용궐(龍闕)’은 용이 거처하는 집이라는 의미다.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라는 데서 지은 이름이다. 원래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렸는데 이 명칭이 ‘용의 뼈다귀’라는 죽은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동계면민의 개명 요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2009년 4월 용궐산으로 명칭을 개정했다. 
용궐산은 용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으며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용궐산 남쪽 방향인 내룡마을에서 북동쪽으로 오르면 천연 동굴인 99개의 용굴이 있다. 세 번째 용굴까지는 사람이 갈 수 있으나, 네 번째 용굴부터는 불을 켜도 앞을 분간할 수 없어서 갈 수가 없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용궐산 정상인 상봉에는 신선바위가 있고, 산중턱에는 삼형제바위, 그리고 최근까지 승려들이 찾아와서 축조했다는 절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용골샘 등이 있다.
정상은 많은 사람이 앉을 정도로 넓고 평평한 암반지대에 조망데크가 놓여 있다. 암릉과 소나무, 섬진강이 빚어내는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조망은 매우 빼어나다. 북으로 임실 청웅 백련산과 덕치 원통산이 다가오고, 남동으로는 가까이 우뚝 솟은 무량산 옆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멀리 지리산 반야봉과 천왕봉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서쪽에는 요강바위 등 기암괴석을 품에 안은 섬진강 물줄기가 장군목 마을과 함께 내려다보인다. 
용궐산 정상에 있는 신선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는데, 옛날에 용궐산에서 수도하던 승려가 바둑을 두자는 내용의 서신을 호랑이의 입에 물려 인근 무량산에 기거하는 승려에게 보내서, 서로 만나서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아군이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막사를 설치하며 쇠말뚝을 박는 과정에서 바둑판의 형체가 사라졌다. 
용궐산 남쪽 섬진강 변에는 섬진강 저전거 도로와 애향천리마실길, 섬진강 마실 휴양숙박 시설단지가 들어서 있다. 용궐산과 무량산 주변에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섬진강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탐방객들로 붐빈다.
순창군은 지난 2011년 용궐산 치유의 숲을 시작으로 오는 2021년 용궐산 자연휴양림 조성사업까지 100억여 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투입해 주변 산림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에 완공된 용궐산 치유의 숲은 무궁화원과 암석원, 창포원 등 11개 테마별로 구역을 나눠 다양한 꽃 동산을 조성했다.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장군목을 찾은 관광객들은 화려하게 핀 꽃에 취하고 꽃내음에 마음의 위로를 얻어간다. 또한 지난 2015년 지역 야생화의 체계적인 육성과 보전을 위해 만든 자생식물원은 초화류를 비롯해 20만여 본의 야생화가 심어져 있다. 
용궐산 주변으로 조성된 3.5km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는 섬진강의 멋진 풍경과 함께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이 더해져 등산객들의 땀방울을 식혀주고 있다. 순창군은 하늘길 조성사업을 내년까지 완공해 현재의 인기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하늘길 조성사업은 웅장함을 자랑하는 용궐산 암벽을 따라 관광객들이 걸어볼 수 있게 데크길을 조성한다. 500여 미터 이르는 하늘길은 아찔감과 동시에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섬진강 마실휴양단지에서 바라본 용궐산 전경.
▲용굴.

〈용궐산 호랑이와 스님〉 전설

용궐산은 옛날에 호랑이가 가끔 출몰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산에 절이 있었는데, 이 절 주지 스님이 통령했다는 말이 있어 많은 승려들이 모여들었다.
동계면에서 임실군 강진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어치재라고 하는데, 고갯마루에는 느티나무가 서 있고 중간 지점에는 두 다리가 벌어진 것처럼 서 있는 괴목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음목(陰木)이라 했다. 또한 덕치면 쪽으로는 양목(陽木)인 느티나무가 서 있었다. 이 나무들은 수령이 500년이 넘은 거목이어서 오고가는 길손들이 쉬어 가는 곳이기도 했다.
어치재는 워낙 험준해서 밤이 되면 맹수들이 출몰하는 때가 많았고, 그래서 혼자서는 이 고갯길을 감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고갯길을 넘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산 아래에 있는 주막에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세 사람이 모이게 되면 고갯길을 넘어갔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은 주지스님은 어느 날 밤 일부러 중간 지점에 있는 느티나무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서 길 한쪽에서 대변을 보고 있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 주지스님은 호랑이를 잡아서 무릎 사이에 끼고는 볼 일을 다 본 다음에 호랑이를 괴목의 두 가지 사이에 끼워 놓고 절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에 마을 사람들은 황소만한 호랑이가 나무 가랑이 사이에 끼어 기진맥진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겁이 나서 가까이 가지 못했다. 이때 주지 스님이 내려와서 호랑이를 끄집어 내려놓고 말했다. “사람을 괴롭히는 너희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릴 수 있으나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너희도 생명이 있으니 살려는 주겠다. 앞으로 이 고갯길에는 나타나지도 말거라.”
그러자 호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지스님이 호랑이를 놓아주니 호랑이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때부터 어치재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 고개를 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안심하고 넘나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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