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서캠프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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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서캠프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만들었어요
  • 곽민수 작가
  • 승인 2020.11.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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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그림책ㆍ어린이책 작가

화창한 10월, 아름다운 순창 향가 유원지에서 열린 독서캠프! 저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 역사 그림책 만들기 1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햇볕이 따뜻할 때는 야외에서, 바람이 좀 쌀쌀할 때는 방갈로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아이들은 제 그림책 〈아주아주 센 모기약이 발명된다면?〉을 함께 읽으며 작가인 저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고요. 이어서 스케치북과 색칠 도구를 꺼내 오늘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낼 역사 그림책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역사 그림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처음부터 재미나게 작업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귀래정, 가마탑 등 자기 고장의 이야기를 하나의 그림책 이야기로 정리해 나가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대견했어요. 
그 중에 첫 번째 캠프에서 만난 개구쟁이 재현이가 휘리릭 그려 완성한 〈고추장탄생설〉의 첫 장면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고추가 물에 빠지는 장면부터 바로 시작되는데, 유머와 상상력 그리고 재미난 그림이 숨어 있어요. 이왕 장이 되려면 까나리액젓도 먹고 마늘도 먹고 최고의 장이 되기로 한 고추가, 최고의 순창고추장이 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는 이야기지요. 
두 번째 캠프에서 만난 진우가 자기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4학년 진우는 처음엔 그림책 만들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림책 만들 주제를 생각해 보라니까 생각이 안 난다고 하고, 역사 그림책 주제 아니어도 좋다 해도, ‘할 말 없는데요’하고. 좋아하는 게 뭐냐 물으면, ‘좋아하는 거 없는데요’하고. 생각나는 책이나 영화는 없냐고 물어도 ‘없는데요.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데요. 이거 꼭 해야 돼요?’ 그랬지요. 그러다 진우가 찾아낸 관심 분야는 어몽어스 게임이었지요. 진우는 ‘어몽어스 캐릭터 그리는 법’을 주제로 그림책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자신감이 좀 붙어서 그림을 일곱 장이나 그려서 제일 먼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날 저녁 진우의 눈빛이 반짝반짝해지고 어깨에 뽕이 들어가게 된 것은 모두 독서캠프 덕분이겠지요. 
아름다운 순창 섬진강에서 만난 귀염둥이들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만났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도우면서 금세 자기 작품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문집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도 되고요. 뚝딱뚝딱 그림책 만드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한 사람 한 사람 손뼉 쳐주고 싶습니다. 
그날 독서캠프는 ‘그림책이 흐르는 밤’이라는 그림책 낭독 프로그램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 그림책 〈무엇이 반짝일까?〉를 낭독했습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 현악 4중주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고, 대형 전광판에는 그림책 장면들이 띄워졌고, 그림책을 직접 쓴 그림 작가의 낭독이 어우러지니, 그림책이 흐르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밤이 되었지요. 
독서캠프를 기획한 순창군립도서관, 그림책협회, 차은숙 작가님을 비롯해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 오치근, 이선미, 유준재, 홍지혜 그림책작가님, 이병초 시인, 장교철 시인, 복효근 시인, 김재석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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