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순창 아이들의 이야기, 시ㆍ그림 되다
향가오토캠핑장, 아이들 웃음 소리 ‘가득’
향가오토캠핑장에는 오랜만에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했다. 지난달 24일 군립도서관이 개최한 ‘2020 섬진강 독서캠핑, 그림책이 흐르는 강’이 2회째 열린 것. 지난달 17일에 이어 이날도 학생 30여명이 자신이 선택한 주제의 강의를 듣거나 자화상을 그리는 등 진지하게 참여했다.
올해 처음 캠프에 참가한 최하나(복흥초 5년) 학생은 시그림 ‘섬진강 물결처럼’을 그렸다. “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참여했다. 친구들하고 같이 참가해 재밌다. 패러디도 하고, 그림책을 만들기 전에 생각하고, 이야기를 짜는 게 재밌고 신기했다. 내 머릿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과 그림이 들어있는지 몰랐다. 그림책을 만들고 뿌듯했다.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참가한 권수진(인계초 5년) 학생은 “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참여했다. 코로나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즐겁다. 훌라후프 돌리기에서 떨어진 게 좀 아쉽다. 옷이 커서 잘 안 돌려졌다. 작가 선생님이 직접 쓴 책을 읽어줘서 실감이 나고 신기했다. 하루만 한 게 아쉽다. 내년에는 1박 2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수업 시간에 뀐 방귀와 공기청정기의 빨간불을 소재로 그림책 ‘공기청정기’를 쓰고 그렸다.
5개 주제에 시인ㆍ작가 12, 학생 60명 참가
캠프에 참가한 학생 60여 명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공동체’라는 주제로 외지에서 온 시인ㆍ그림책 작가와 지역 거주 작가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그림책 혹은 시화를 만들었다.
크게 다섯 주제 ‘△섬진강 그림여행 △섬진강 시여행 △우리 마을 역사 워크숍 △설공찬을 만나다 △나를 쓰고 그리다’에 따라, 학생들이 관심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워크숍을 통해 그림책, 시화, 작은 자서전과 자화상 등 작업했다.
김용택ㆍ복효근ㆍ이병초 시인, 오치근ㆍ곽민수ㆍ이선미ㆍ홍지혜ㆍ유준재ㆍ오은별 그림책 작가, 순창 주민인 장교철ㆍ김재석ㆍ차은숙 작가 등이 참여해 학생들과 호흡을 맞췄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섬진강에 깃든 이야기를 풀어낸 ‘섬진강 톡톡’, 김자연 작가의 ‘맛있는 그림책 이야기’와 한국소리문화전당, 친친클래식의 팝페라 공연도 펼쳐졌다. 마무리로 그림책협회가 진행한 ‘그림책이 흐르는 강’ 낭독 공연도 가을 정취와 어우러져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아이들이 어떤 그림책보다 아름다워
이 프로그램 기획부터 참여하고, ‘나를 쓰고 그리다’를 이끈 차은숙 작가는 “캠프를 기획하면서 아이들이 순창의 자연과 문화를 만나, 그림책으로 관계 맺기를 바랬다. 그것이 생생한 경험이 되어 씨앗 하나가 되었으면 싶다. 이번에 만난 순창 아이들은 놀라웠다. 모두 도깨비방망이라도 들고 있다는 듯이 그림책 나와라. 뚝딱! 하고 몇 시간 만에 한 권의 작은 그림책을 만들었다. 거침없고, 머뭇대다가도 발랄했다. 아이들 자체가 그 어떤 그림책보다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성찰과 모색
이 캠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유통진흥원이 주관하는 독서문화캠프에 군립도서관(관장 이정현)이 그림책협회(회장 이영경),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현선)와 함께 응모하여 선정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몸은 멀고 마음은 가깝게’ 등 코로나19로 관계와 소통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일고 있다. 올해 캠프가 ‘그림책’을 주요 주제로 잡은 것은 ‘관계의 예술’인 그램책의 힘을 빌려 새로운 관계 맺기를 모색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마스크를 쓴 채, 웃고 놀고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는 학생들 모습에서 ‘코로나 이후’라는 도전을 기꺼이 받아낼 힘을 발견했다. 아이들의 그림책, 시화, 자화상 등 작품집은 12월에 출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