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부(10) 적산온도, 따듯함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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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10) 적산온도, 따듯함을 모으다!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0.11.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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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게 되면서 알게 된 적산온도(積算溫度), 이른 봄에 심는 하지감자는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1000℃의 온도를 쌓아야 여문다는 것이고, 섬진강길 아슴아슴 피어 봄을 알리는 매화는 700℃의 따스함을 모아 피어난다는 것이다.
적산온도(積算溫度)는 검색을 해보면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기 위한 지표로, 생육일수와 일 평균기온을 곱한 값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니까 어떤 식물이 꽃피고 열매 맺으려면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저온도 이상을 유지하는 날의 온도를 계속 쌓아두어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한 이치일 텐데도 참 신기했다.
최저온도는 작물마다 달라서 가을 채소처럼 저온에서 자라는 작물은 5℃, 여름 작물은 ℃도, 고온 작물은 ℃도라고. 그리하여 감자는 1000℃, 보리는 1600℃, 벼는 2500℃ 최소값을 갖는단다.
방울토마토는 700℃가 적산온도다, 봄에 심은 토마토는 사오월 날마다 따듯한 기운이 더해지니 하루 볕에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런데 8월에 심은 가을 토마토는 한참 자라다가 익어야 할 11월의 짧은 햇살과 낮은 온도에 점점 더 더디 익어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빨갛게 잘 익은 열매보다 아직 덜 익어, 푸른빛이 도는 열매에 눈길이 간다. 햇살 한 줌이 참 소중하구나 싶고, 작은 토마토 한 알도 참 애쓴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 무턱대고 빨리만 익어라하는 조급함을 누른다. 
감자가 크고, 매화가 피고, 토마토가 익어가는 데 필요한 적산온도는 날마다 햇볕의 따스함을 모으는 것이고, 우리 삶도 몸과 마음의 온기를 모은 적산온도가 있을 것 같아, 그림책 작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 생각났다. 
<프레드릭>에는 오래된 돌담에 깃들어 사는 들쥐 가족이 나온다. 겨울이 다가오자 작은 들쥐들은 옥수수, 나무열매, 밀과 짚을 모으느라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다. 단 한 마리 프데드릭만 빼고 말이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대답한다. 
다른 생쥐들이 일할 때, 프레드릭은 식량을 모으는 일은 안 하고 살포시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은다. 겨울이 되고, 모아둔 식량이 떨어지고 춥고 배고픈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모아둔 햇살 이야기를 들으며 몸이 따듯해지고, 파란 덩굴꽃과 붉은 양귀비꽃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 색깔이 보인다. 또 그간 모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들쥐들은 박수치며 말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나도 알아.” 대답하는 프레드릭과 들쥐 가족은 상상의 힘으로 차곡차곡 모아둔 따뜻함으로 혹독한 겨울을 난다.
우리도 한 해 동안 정직하게 땀 흘려 짓고 갈무리한 농사와 함께 햇살 한 줌, 일상에서 마주치는 국화차 같은 맑은 노란빛, 무 배추의 초록빛 같은 색깔,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단번에 누군지 알게 되는 반가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삶의 따스함을 그러모아 온도를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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