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담장 너머 마을과 호흡하는 ‘복흥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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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담장 너머 마을과 호흡하는 ‘복흥초’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1.1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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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학부모 다모임 … 소통하는 열린 학교
복흥중과 함께 마을소식 담은 신문 발간 계획

모두 학교교육 ‘동반자’
10월 31일 토요일, 휴일 아침인데 학생들이 학교 다목적실을 가득 채웠다. 복흥초 어린이 기자단 첫 번째 모임 자리다. 복흥초에서는 학교와 마을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발간하려고 4ㆍ5ㆍ6학년 학생들로 어린이 기자단을 구성했다. 기자단 모집에 18명이 신청했다. 유튜브 등 영상과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종이신문을 발행할 기자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학부모와의 소통력 덕분이다. 
박붕서 교장은 “처음에는 하겠다는 학생들이 없었는데 기자단 취지를 학부모 다모임에 말씀드렸더니, 자녀들에게 적극, 권해주셨다. 몇 명이 하겠다고 하니 인원이 갑자기 확 불어났다”고 전한다. 복흥초의 소통 방식은 이색적이다. 학부모가 학교의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월 1회 다모임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교장과 교감이 참여해 학교 행사나 교육과정 전반을 논의하고 학부모들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게라도 만남을 이어왔다. 다모임 6년차, 학부모들은 단순히 정보 제공이나 의견수렴 대상이 아닌, 교육의 동반자가 되어온 것이다. 

잘 놀아야 좋은 어린이 기자!
기자단 첫 모임은 작가와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다. ‘마을과 학교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으로 스스로 기록하는 신문’의 취지와 통하는 동화집 ‘자질구레 신문’ 김현수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 것. 김현수 작가는 ‘좋은 기자가 되려면 우선 잘 놀아야 한다’로 운을 뗀다. 아이들은 돼지씨름, ‘개울가에’놀이, ‘손치기 발치기’ 등 실컷 놀고, 서로 취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밌었나요?” 질문에 “엄청나게 힘썼는데 졌어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것 없는데 ○○가 혼자 공격하다가 그냥 넘어져서 제가 이겼어요.” 학생들 답변에서 이기고 지는 게 노력이나 실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놀이를 다음에도 할 건가요?” 질문에는 “늘 친구가 없어요.” 의외의 답변을 듣기도 했다. 다른 학생들이 “반에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 항의하는가 하면, “너는 △△하고만 놀려고 하잖아.” 속내를 나누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했나요?” 질문에는 “힘보다 스피드!”, “친구랑 호흡이 잘 맞았어요.” 비결도 나눴다. “이 놀이를 집에서도 할 건가요?” 질문에 “마을에는 같이 할 친구가 없어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놀다 다쳐 끝까지 못 한 학생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 외에도 “왜 계속 가위만 내나요?”, “왜 살아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 서로에 대한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복흥 어린이·청소년 신문 동아리 꿈꿔
기자단에 참여한 이유로 ‘복흥을 알리고 싶어요. 거짓말 없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글 쓰고 싶어요. 신문 만드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다채롭다. 학생들 뒤에서 지켜본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적는다. 학생들이 주인되는 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작가 특강 후 기자단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글,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성하는 등 기자단 활동을 이어갔다. 
복흥초는 우선, 학교의 중요한 행사를 취재하고 교사 면담 등을 통해 기사를 써서 학교 소식지부터 만들 계획이다. 복흥중도 복흥초의 제안에 손을 맞잡고 ‘청소년신문기자단’을 모집했다. 복흥초와 복흥중이 호흡을 맞춰 지역 동아리를 꾸릴 계획이다.

학생ㆍ학부모ㆍ주민 함께, 민요교실 
복흥초는 11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에 ‘지역민과 함께하는 민요, 판소리 교실’을 연다. 강사는 학부모 우정문 씨와 누님 우지민 씨다. 첫날인 3일, 학생ㆍ학부모ㆍ주민 등 15명이 참여해 민요를 배웠다. 
복흥초학부모회 이순용 회장은 “시골 초등학교 학생이 많이 줄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계속 발전하는 걸 실감한다. 박붕서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한마음으로 애써주신 덕분이다. 학부모들도 농사짓고, 직장에 다니느라 시간 없어도 학교에서 하는 일에는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다모임에도 꼭 참여해 서로 많은 의견을 나눈다. 학부모가 하는 만큼 아이들이 재밌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다. 민요교실에 아이들이 많이 오고 주민들도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전북 마을교육생태계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든 지 2년 2개월. 조례에는 ‘마을과 학교가 전인교육을 통해 개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마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활동이 진행되지만, 조례의 취지에 맞게 마을과 학교가 그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복흥초의 아이들이 학교와 마을, 그리고 스스로 중심에 서기 위해 학교 담장 너머로 손을 내밀고 있다. ‘학교는 좋은 마을을 만드는 기지’(서울 성미산 학교 발행 《마을학교》)라고 한다. 복흥이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된다.

▲신나게 논 후 질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잘 노는 기자가 잘 쓴다’ 아이들 놀이 모습.
▲주민과 함께한 ‘민요 판소리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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