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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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센터에서 만난 사람들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11.19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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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700명…‘귀농귀촌 1번지’ 명성 이어
귀농귀촌교육으로 농사에 대한 자신감 생겨
농촌사회 가부장성 아직 커, 함께 극복해야

코로나19로 삶의 브레이크를 밟게 되었다. 이 브레이크가 가는 곳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을까? 올해도 귀농ㆍ귀촌인 700명이 순창을 찾아 들어왔다. 
순창은 완주와 함께 귀농일번지로 꼽힌다. 농촌 지역으로 큰 명예이기도 하다. 2017년에는 1100명이 왔다. 귀농귀촌정책을 꾸준히 진행해온 덕이다. 순창에는 귀농인의 집 43가구, 체제형 가족실습농장 10가구, 청년 귀농인의 집 6가구가 있다. 동계에 있는 청년실습농장도 전북에서는 순창뿐이다. 실습농장에는 청년 14명이 농사짓고 있다. 그중 12명이 순창 거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작년에 실습농장에서 일한 청년 4명도 순창에 살고 있다. 
귀농귀촌센터에서는 귀농인 작물교육, 농촌생활 기술교육, 지역민과 함께하는 실용교육, 농촌청년 문화체험, 장기합숙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귀농ㆍ귀촌인과 7년째 동행해온 귀농귀촌센터에서 4주째 귀농귀촌인 장기합숙교육(16기)을 받으며,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순창에 둥지를 튼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생들은 “농사에 대한 막연함만 있었는데, 용접ㆍ목공 등 생활기술교육과 농장주를 만나는 등, 살아있는 현장 학습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귀농 귀촌 이유도 사는 방식이 달라도 동기들과 농사를 공통분모로 자부심을 공유하는 점이 좋다.”, “동기끼리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다.”, “농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등 소회를 밝혔다. 
아쉬운 점도 보였다. “시골 삶, 생활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가 아쉽다.”, “정책 지원금에 대한 과도한 홍보가 귀농 동기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농촌 사회 가부장제가 상당하다.”, “여성이나 약자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극복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장에서 실습 중인 교육생들.

● 박종례(55ㆍ인계면)
맑은 공기가 만져지는 듯한 느낌에 순창을 선택했다. 남편이 고향이기도 하다. 적성 지북리에서 임대한 농토에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교육을 4주째 받으면서 농사 방법, 농작물 재배에 관한 정보를 익힐 수 있어 좋다. 시골에서 정착하고 기반을 잡기 위한 더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받으면서 내려온 동기도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달라도, 모든 산업의 중심이자 근본인 농업을 함께 한다는 반가움과 자부심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 유남영(47ㆍ순창읍)
아이 학교를 계기로 내려왔는데 구림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어머님 고추장맛과 음식맛은 동네에서 알아줬다. 어머님이 더 연세 드시기 전에 장맛과 손맛을 이어받고 널리 알리고 싶다. 순창에 온 지 3년째인데 교육이 있는지 몰랐다. 더 많은 사람이 알찬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 김종성(62ㆍ동계면)
동계가 고향이다. 떠났다가 항시 고향이 그리워 정년퇴직하면 내려오리라 생각했다. 1년 전 퇴직하고 내려왔다. 순창은 공업단지 등 공해 소지가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김치로 농가 경영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유동영(27ㆍ순창읍)
전주갤러리에서 일하며 귀농 교육을 받고 있다. 농촌에서 해온 작업도 계속하고 농사도 지어보고 싶다. 이번 교육이 농촌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됐다. 농업 외에도 마케팅 등 전문적인 교육, 청년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청년실습농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규미(55ㆍ순창읍)
도시에서는 일하느라 좋아하는 그림을 접은 채 살았다. 지금까지는 삶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선택해서 살고 싶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연과 삶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자연을 가꾸면서 즐기고 싶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힐링이라는 테마로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

● 오현숙(50ㆍ순창읍)
고등학생 아이 학교 문제로 고민하다 4월 직장을 정리하고 7월 전입했다. 지금은 귀농인의 집에서 산다. 텃밭도 있어 아이도 좋아한다. 자연 친화적으로 느린 걸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농사짓고 채취해 먹고, 도시에서 하지 못한 문화생활도 누리고 교육도 받고 있다. 교육청도서관 ‘길위의 인문학’에 참여해 탐방도 다녀왔다. 향토회관에서 공연도 즐기고 있다. 실습, 현장 방문 등 농촌 생활을 접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 박기완(25ㆍ풍산면)
청년들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농사지을 땅을 구하기도 어렵고, 주거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낀다. 배우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청년실습농장은 이런 어려움이 있는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돼준다. 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풍산면에 귀농한 지 3년째다. 올해 실습농장에 참여하여 6월부터 청년(19세부터 30대 후반까지) 14명이 공동으로 고구마를 경작하고, 200평 가량 개인 작물 농사를 지었다. 밭 만들고 씨 뿌리기 등 처음부터 수확하고 판매까지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초당옥수수 농사를 지어 주변과 나누고 소량은 판매했다. 작황은 좋지 못했다. 무농약이고 비료를 주지 않아 더 어려웠다. 수해도 입고, 따는 시기를 맞추지 못해 충해도 입었다. 유기농사, 천연비료에 대한 공부 등 지속적인 공부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과 함께 농사지으면서 좋은 동료로, 인연으로 사귀게 되어 감사하다. 내년에도 실습농장은 체계적인 교육과 병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습농장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동네 어른들께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 있다. 드론 방제를 하는데 동네 분들이 선뜻 맡겨주어 감사했다. 품앗이 갈 때도, 도우러 가서 오히려 배운다. 학교 졸업하자마자 귀농했는데 친구들보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목표나 일정도 조절할 수 있어 지금의 삶이 좋다.          

▲순창의 보물을 찾아가는 농촌문화체험교육. 
▲실습농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 실습생들. 
▲순창농업기술센터를 농기계 교육. 
▲장기합숙교육을 받는 중인 귀농귀촌인들. 
▲농촌문화체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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