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공공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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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공공의 책임’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12.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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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환자 관련 거짓말을 유포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 및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12월 13일 오전10시 52분)
‘코로나 제로, 전국 7개뿐인 청정지역중 하나, 새롭게 부상한 청정 관광 1번지’ 강력한 홍보문구가 무색해진, 코로나19 순창 확진자 1호 발생으로 흉흉해진 민심에 쐐기를 박는 문자가 날아왔다. 청정지역을 자랑해온 작은 고을 주민들이 가졌던 자부심과 안도감에 큰 상처를 입어 허전했는데, 잘못 말하면 손해 배상해야 하고 형사처분도 받을 수 있다는 고압(?)적인 문자가 휴일 아침, 마음 졸이는 주민들에게 날아왔다.
어느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고 싶겠는가. 더구나 일가족 모두가 확진되었다니 원망하기보다 하루빨리 쾌유하기를 마음 모아 기원할 일이다. 어디, 건강한 주민들 마음이 이들 마음보다 더 아프랴. 청정지역 지위를 잃은 것은 서운하지만, 남의 아픔을 기화로 말을 섞고 덧칠하는 짓은 옳지 않다. 
그런데 “순창군청의 대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는 주목해야 한다. 군청이 발송하는 재난문자에 대한 불만은 이미 많이 알려졌으니 재론하지 말자. 이번에는 재난문자 발송 시차와 내용에 대해 지적하는 주민이 꽤 많다. 읍내 아파트단지와 몇몇 마을에서는 방송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았고, 그보다 먼저 개인 사이에 (공무원이 아이면 알 수 어뵤을 것 같은) 확진자 발생 사실과 확진자 인적사항까지 나돌았다. 그리고 한 참 지나 “[순창군청] 순창군 1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재 역학조사 및 접촉자 검사 진행 중임을 알려드립니다.(12월 10일 오후 9:42) 이어 [순창군청] 코로나19 확진자 2명은 격리 중이며 보건의료원은 내일 12월 11일 폐쇄되므로 방문하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확진자 감염 원인도 동선도 밝히지 않아 받고 보니 더 불안한 문자만 날아왔다.
‘좁은 동네’라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뒤늦게 관청의 문자로 받고, 어쨌든 마음 졸이며 더 나쁜 상황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던 주민들은 휴일 아침 날아든 문자에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누가 확진자를 모함했기에 이토록 독한 문자를 보내는가?” “경고보다 유언비어 난무하지 않도록 재난문자 잘 보내는 게 먼저 아닌가?” “공무원끼리 주고받는 문자 다르고, 이장에게 전하는 문자 또 다르고, 주민에게는 맨 나중에 궁금증 풀어주기보다 더 갖게 하는 문자를 보내며 왠 큰소리…” 주민들 불만ㆍ불평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로 제약받는 주민들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제약받는 행정 불편보다 주민 삶이 더 피폐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공시설 대부분이 문 닫고 그곳에서 지내던(혜택 보던)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다. 거리두기 2단계부터는 일부 사설시설까지 문을 닫는다. 더 극소수의 사람만 안전한 공간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이다. 코로나가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생명, 건강, 복지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유엔 정책보고서) 상황은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집에 머물러달라”는 당국의 호소에 순응했다. 그것이 모범적 방역, 청정지역을 일군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런데 사람마다 집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은 다르다. ‘방콕’과 ‘집콕’은 큰 차이가 있었다. 재난 상황에서 주거 불평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방역을 위해서 이동과 만남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공공이 나서야 한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안전한 대책과 일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난문자 하나 성의 있게 발송하는 것, 그 문자 받은 주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배려하고 염려하는 겸손 행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 극복도, 주민 일상 안정을 돕는 일도 ‘공공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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