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부(11) 적당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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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11) 적당하다는 것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0.12.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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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끝나가는 12월 하우스 농사도 마무리하고 있다. 방울토마토는 봄, 가을 두 작기 농사를 짓는데 3년차 가을 토마토 농사는 시작부터 문제였다. 
코로나19는 방울토마토 농사까지 영향을 미쳤다. 검역 강화로 방울토마토 종자 수입에 문제가 생겨, 해외가 원산지인 종자가 검역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으려던 모종을 다른 종자로 대체하느라 2주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8월 초에서 8월 중순으로. 
그러다가 8월초 순창에 내린 엄청난 폭우로 하우스에 무릎 높이까지 물이 들어왔다. 예정대로 정식을 했다면 속수무책이었겠지. 차라리 다행이었다. 하우스에 물이 빠지느라 며칠, 물이 마르고 밭을 다시 만드느라 또 며칠, 거의 한 달이나 늦게 모종을 심었다.
다행히 가을 햇살은 언제나처럼 따사로웠다. 물에 잠겼던 들판의 나락도 어엿하게 익어갔다. 토마토도 잘 자랐다. 토마토는 하루하루 잎을 키우고, 노란꽃을 피웠다. 부지런한 일꾼인 호박벌의 수정을 시작했고 우리도 곁순과 유인으로 바빠졌다.
코로나와 폭우로 늦게 심은 토마토는 모든 단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토마토는 연속착과형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이 단계적으로 핀다.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긴줄기를 화방이라 하는데, 그 화방에 계속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제때 적과를 해줘야 한다. 얕은 농사 경험이지만, 늦어진 작기로 수확에 대한 욕심을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작년보다 적과에 더 신경을 썼다. 
한창인 가을 햇볕 아래 가위를 들고 꽃줄기를 잘랐다. 나름 우여곡절 끝에 자라는 나무에 꽃이 많이 피었고 포도송이처럼 많은 토마토가 달렸다고 좋아했지만 ‘적과’를 해야 한다. 
적과는 열매를 솎아주는 것으로, 열매의 ‘적당한’ 수량만 남겨 두고 화방 끝을 잘라내는 것이다. 그래야 크고 모양 좋은 과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적당히’라는 것이 문제다. 경험은 적고 욕심과 미련은 많아서다. 탱글탱글 자라는 열매들을 매일 보면서, 다 자라서 튼실하게 익어줄 것만 같으니까. 
경험 많은 선배분들이 한결같이 한 나무에 나오는 양은 정해져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첫화방에 열매가 많으면 나무 위로 화방이 올라갈수록 굵고 실한 열매는 적은 법이라고. 그런데 무슨 일이든 자신의 경험 안에서 체득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
분명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서투른 적과를 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깨닫는 게 늦다. 그래서 올해는 적과에 더 신경을 썼지만, 점점 추워질 날씨까지 고려했어야 함을 또 영하의 날씨가 되니 알게 되었다.
적당하다는 게 무척이나 어렵게만 느껴진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그래도 되짚어 생각하니 일상에서 적당함을 늘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밥상을 차리면서 반찬을 놓고, 따끈한 밥을 푸고, 뜨신 국을 뜨고, 다 차린 밥상 위에 딱 알맞게 부푼 계란찜을 올리는 일 같은 것 말이다. 펄펄 끓인 물이 육칠도 정도로 식기를 기다려 녹차를 우려내는 일 같은 것.
정말이지 유별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가오는 새해에 작은 소망을 갖는다. 모든 것이 적당하고, 무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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