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18) 12대 중천왕과 장발미녀 관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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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18) 12대 중천왕과 장발미녀 관나부인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12.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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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왕이 죽고 나서 태자 연불(然弗)이 왕위를 이어 고구려 12대 중천왕(中川王)이 되었다. 왕후는 연나부 출신 연씨(椽氏)다. 여기서 연(椽)은 성씨라기보다 그가 연나부 출신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중천왕 즉위년에 왕제(王弟)인 예물(預物)과 사구(奢句)의 모반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잠재운 것은 연씨 왕후와 국상을 중심으로 한 연나부 세력들이었다. 이로 인해 국상 명림어수는 중천왕 재위 3년에 중외(中外)의 병마사(兵馬事)를 겸임해 병권(兵權)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국상이 병권까지 장악했다는 것은 신권이 왕권보다 강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중천왕은 관나부 출신 여인을 애첩(愛妾)으로 가까이 두고 있었다. 머리카락 길이가 9자나 되는데다 출중한 미인이어서 장차 소후로 삼으려 했다. 연나부 세력을 무시할 수 없어 왕후 연씨와 정략결혼을 한 셈이기 때문에, 정작 사랑하는 마음은 왕후보다 관나부인에게로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왕후 연씨는 왕의 은총을 관나부인이 독차지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 왕에게 이렇게 고했다. “제가 듣건대 위(魏)나라가 장발(長髮)을 구하는데 천금을 주고 사려고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 선왕(동천왕)께서 위나라에 예물을 보내지 않아서 전란을 당하고 사직을 거의 잃을 뻔했습니다. 지금 왕께서 장발미인을 바치면, 저들이 반드시 흔쾌히 받아들이고 다시 침략해오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 했다. 왕이 그 뜻을 알고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관나)부인이 그 말을 듣고 그 해(害)가 가해질 것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왕에게 왕후를 참소해 말하기를 “왕후가 늘 저에게 ‘시골 여자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가? 만일 스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고 욕했습니다. 대왕의 출타를 틈타 왕후가 저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는 것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했다. 
후에 왕이 기구(箕丘)에서 사냥하고 돌아오니, (관나)부인이 가죽주머니를 들고 맞이해 울면서 말하기를 “왕후가 저를 이 속에 넣어 바다에 던지려고 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저를 살려 주어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어찌 감히 다시 옆에서 모시기를 바라겠습니까” 했다. 왕이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화를 내고는 (관나)부인에게 일러 말하기를 “네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구나” 하고, 사람을 시켜 그를 가죽주머니에 넣어 바다에 던져버렸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관나부인이 일방적으로 참소한 것이 아니라 왕후 연씨가 먼저 관나부인을 투기했음에도 어째서 왕후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관나부인만 사형 당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투기한 것이 아니라 왕에게 불과 한 세대 이전 겪은 위나라의 침공을 들먹이며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천왕은 이 문제가 결국은 관나부의 도전 혹은 반발에 대한 연나부의 견제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천왕은 왕후의 행동을 알면서도 이를 어찌하지 못했고, 연나부 세력을 거스르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세력이 약한 관나부 출신의 관나부인을 죽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소후 세력에 대한 처벌로 마무리되었지만, 연나부 세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관나부와의 연합을 통한 연나부 견제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강경한 대응을 보임으로써 왕비족에게도 무언의 압박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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