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심삼일이라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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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심삼일이라도 괜찮아
  • 김영연 책방주인
  • 승인 2021.01.13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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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의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곤 하죠.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누구는 금연을 선포하고,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동네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누군가가 빌딩과 빌딩 사이를 걸어갈 계획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에라잇 ** 놈! 제정신이냐?“고 등짝을 얻어맞기 십상이겠죠?
여기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입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건물, 911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바로 그 무대입니다. 1974년 쌍둥이 빌딩이 지어질 당시, 400미터나 되는 높은 상공에 줄을 매고 한 시간 동안이나 묘기를 부린 프랑스 출신의 필립 쁘띠의 이야기가 바탕입니다.

곡예사 필립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그 위에서 걷고 춤추는 것을 가장 좋아했지요. 어느 날, 하늘로 치솟은 쌍둥이 빌딩을 바라보고 줄타기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는 한번 마음먹으면 꼭 하고야 마는 사람이었어요. 필립과 그의 친구들은 은밀하게 옥상으로 무거운 줄을 나르고, 빌딩과 빌딩 사이에 단단히 줄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날 새벽, 검은 셔츠와 바지 차림의 필립은 8미터나 되는 장대를 들고 마치 공기 위를 걷듯이 쌍둥이 빌딩 사이로 발을 내딛습니다. 

높은 빌딩 사이의 줄 위에서 필립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체계산 출렁다리만 올라가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이 장면에서는 그림책이 펼쳐져 확장됩니다. 더 넓게 더 높게. 필립은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하는 듯, 그 위에서 홀로 자유를 누립니다. 그에겐 실패(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 없어 보였고, 마치 쌍둥이 빌딩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줄 위에서 걷고, 뛰고, 춤추고, 발아래 시민들은 아찔하고도 아름다운 그 순간을 숨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달려온 경찰에 의해 필립은 법정에 서게 됩니다. 과연 필립은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요? 필립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죠? 무단침입? 공무집행방해? 판사는 공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줄타기 공연을 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일종의 사회봉사 명령이죠. 필립의 행위를 인정하는 너그럽고 재치있는 판결 아닌가요? 
그런데 필립은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요? 단지 좋아하는 일이라서? 불가능에 도전하고 싶어서? 유명해져서 돈을 벌기 위해서? 그에게 줄타기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는 짜릿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어느 순간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보셨는지요? 
곡예사 필립의 도전은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나요? 만만한 일에 도전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죠. 보통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꿈에 도전한 필립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꿈꿨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이런 위험천만한 계획을 응원하고 도와줄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그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행복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쌍둥이 빌딩이 사라지고 난 뒤에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는 왜 이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했을까요? 쌍둥이 빌딩 사건으로 인한 슬픔과 공포를 아름다웠던 순간의 기억으로 상쇄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슬픔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줄타기란 쇠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입니다. 삶에서도 슬픔과 기쁨의 균형이 필요하겠지요. 지금 비록 쌍둥이 빌딩은 사라졌지만, 필립의 모습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고, 그것을 이루어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보기에 엉뚱한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었는지, 혹은 이 나이에 뭘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주거나, 스스로 포기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봅니다. 물론 꿈을 이루려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무모한(?) 꿈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새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에게 행운을 빕니다!

글 : 김영연 길거리 책방 주인장
전) 에반이즈 사고력교육연구소 연구실장
에반이즈 (언어사고) 초등교재 집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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