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새로운 시작인 졸업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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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새로운 시작인 졸업식 풍경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1.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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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5면이 바다이죠. 동해, 서해, 남해, 선배님을 사랑해! 그리고 졸업을 축하해!’. 순창여중 학생들이 학교 앞에 내건 현수막 문구이다.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보내는 10대들의 재기발랄한 함성이 느껴진다. 
졸업식 풍경을 떠올리면 ‘해맑고 밝은 웃음소리’가 들썩거린다. 졸업식장을 빼곡하게 채운 엄마, 아빠가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자손녀에게 ‘우리 새끼 고생했다’며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셨다. 학교 안팎은 형형색색 꽃다발의 손짓에 따라 향긋한 꽃향기가 춤을 추었다. 추억이 깃든 교정 곳곳에서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선생님님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기념사진을 찍는 풍경은 익숙했다. 졸업식의 ‘대미’는 식을 마치고였다. 갈비집이나 중국집에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잔칫상에 어울리는 온갖 음식을 원하는 데로 먹을 수 있었다. 졸업생에게 주어진 당연한 특권이었다. 
올 연말연초의 졸업식은 코로나19로 완전히 바뀌었다. 대다수 학교들이 유튜브 채널과 화상대화 프로그램인 줌(ZOOM) 등을 이용해서 비대면으로 동영상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군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극히 제한된 인원이기는 하지만 졸업생들과 교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주고받으며 차분하게 대면 졸업식을 진행했다. 한바탕 소란을 떨면서 졸업사진을 마음껏 찍지는 못했어도,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발목까지 푹푹 잠기는 폭설이 자주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순수함을 느끼는 것은 잠시일 뿐. 눈이 내리면 도로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지난 18일 오전부터 쏟아지던 폭설을 바라보는 심정도 똑같았다. 눈발이 거세던 정오 무렵, 일품공원 쪽에서 왁자지껄 고함치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남학생들 몇 명이 눈싸움을 하며 이리 저리 달음박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오랜 만이었다. 멀리에서나마 학생들의 해맑고 밝은 웃음소리를 듣는 것은.
지난해 학교 현장을 방문할 때면 가슴 한편 ‘짠하다’는 느낌이 치솟곤 했다. 기성세대로서 ‘과연 우리가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가 걱정됐다. 그러나 취재를 하며 만났던 학생들은 마스크 위로 한결같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보여줬었다. 10대의 가슴 뜨거운 열정은 눈빛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비대면 수업과 들쭉날쭉한 등하교를 할망정, 코로나 이전이 아닌 코로나 이후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눈빛으로 읽혔다. 
순창여중 학생들은 발상을 전환한 ‘5해’라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 눈발을 걱정하는 기성세대에게 학생들은 한바탕 눈싸움 소동을 보여줬다. 졸업은 정해진 학업의 끝맺음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코로나 졸업식을 끝낸 학생들이 미래를 향해 새롭게 질주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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