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조선시대 선물과 순창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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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조선시대 선물과 순창고추장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1.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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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나 명절 때 특히 자주 하게 되는 선물, 물론 선물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있어왔다. 그런데 조선시대 양반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은 풍족한 요즘보다 더 큰 의미로 존재했고, 그것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명종ㆍ선조 연간의 관료였던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이 남긴 《미암일기》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일기에서 그는 관료, 지인, 친인척과 66개월 간 2855회에 걸쳐 선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 달에 평균 43회에 달하니, 거의 매일 선물을 주고받은 셈이다. 선물 품목은 쌀ㆍ조ㆍ수수 등 곡식부터 음식류, 옷감ㆍ의복ㆍ바느질 도구 등 의복류, 서책, 붓, 종이, 벼루 등 실로 다양하며,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품목들이다. 이로 보아 양반들 간의 선물은 단순히 인정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선물로 필요한 대부분의 생활재료를 확보했고, 선물이 하나의 경제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 주고받은 선물과 관련해 흥미로운 것 중 또 하나는 순창 인계면 마흘리에 거주한 전주이씨 집안과 조선후기 시조 작가 이세보의 편지 내용이다. 김건우 전주대 교수는 몇 년 전 모 일간지에 1868년(고종 5) 1월 18일 충북 보은에 잠시 거처하던 이세보가 순창 인화면(현재 인계면) 마흘리에 거주한 전주이씨 집안에 보낸 편지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고맙게 고추장을 먼 이곳까지 보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야 어찌 물품에 있겠습니까. 더욱 두터운 성의가 많아 감격스럽습니다. 언제쯤 왕림하시겠습니까. 간절히 바랍니다. 이곳에서 극히 구하기 어려운 물품은 고춧가루입니다. 부디 몇 말을 구해 보내주시면, 값은 편지로 알려주시면 즉시 갚겠습니다. 잊지 마시고 각별히 주선해주십시오. 거듭 말씀드립니다.”

보낸 준 순창고추장에 감사하며 보은에는 고춧가루를 구하기 어려우니 꼭 보내 주고 값은 편지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편지와 함께 이세보는 달력 1건을 보내줬다고 한다. 

이세보(李世輔ㆍ경평군 이인응)는 458수의 시조를 지어 조선시대에 가장 많은 시조를 남긴 인물이다. 철종의 종제(從弟)이자, 흥선대원군의 육촌 아우이기도 하다. 순창과 이세보의 인연은 1860년(철종 11) 봄에 시작된다. 아버지 이단화가 순창군수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아버지를 찾아와 순창 지역을 유랑하면서 〈순창8경〉이라는 시조 8수를 남겼고, 군청 앞에 있던 누정 응향각과 화방재에서 유락과 추억을 노래한 시조 4수가 전한다. 또 순창ㆍ순천ㆍ화순 지방 등을 유람하면서 쓴 가사 작품 〈상사별곡〉도 남겼다.

150여 년 전 순창 전주이씨 가문이 이세보 및 종중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고추장 선물을 통해 관계망을 형성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설 명절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설 선물은 순창고추장과 지역특산물로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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