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 장날, ‘마을이름’을 당최 못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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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 장날, ‘마을이름’을 당최 못 알아들었다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2.0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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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어디에서 나오셨어요?”

할머니 : “○○.”

: “? 어디요?”

할머니 : “풍산, 풍산 대리에서 왔제.

: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순창에 온 지 한 달이 안 돼서 마을이름을 거의 몰라요.”

할머니 : (내가 모르거나 말거나) “풍산 대리에서 왔다니께.”

지난 6일 설날 대목 장이 섰던 읍내 장터. 순창군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코로나19로 처음 맞는 설날이 어떤지 살아가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마음먹었다. 대화를 시작하는 게 난관이었다. 대화 첫머리부터 ○○, △△마을 때문에 삐끗거렸다. 부모님 고향이 순창이라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읍면은 알겠는데, 도대체 ◇◇리는 어디고, □□마을은 또 어디인지.

나는 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어디에서 나오셨느냐?”고 꿋꿋하게 물었다. 마을이름과의 입씨름은 한 분 한 분 대화 내용을 녹음해 해결했다.(장터에서 돌아와 순창군 지도와 행정구역이 쓰인 문서를 컴퓨터에 띄워놓고 녹음내용으로 마을이름을 짚어가며 확인했다.) 좌충우돌 장터를 헤집고 나서야, 순창군이 읍마을로 이뤄진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깨우쳤다.

서울에서 살 때, 사람들과 어쩌다 고향이나 출신지를 묻게 되면 강원도에서 왔다, 전남에 산다, 광주가 고향이다, 경북 상주가 처가다, 전북 순창이 친정이다 등 자치단체이름으로 대화를 하곤 했다. 그랬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장담컨대 순창 사람이 아니고선 풍산 대그러면 이해 못 한다.

나는 우리말로 어디에서 나오셨어요(어디에 사세요)?”라고 여쭸을 뿐이다. 군민들도 우리말로 “(순창군) 풍산 대가리(에 산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활기 넘치던 장날, 똑같은 한국말을 주고받았는데, 외계어도 아니고 마을이 안 들리다니.

고백한다. ‘열린순창사무실, 내 컴퓨터 바탕화면엔 순창군 2020년 읍면법정리행정리가 구분된 문서가 있다. 순창에 내려온 지 이틀 뒤엔가 저장해 놓았다. 순창을 알기 위해 수시로 들여다봤다. 한 가지 더 고백한다. 내 책상 위엔 ‘2021년도 설맞이 군정홍보책자가 있다. 며칠 전, 잘 보이는 책상 한편에 일부러 올려놓았다. 역시 순창을 알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고백한다. 순창은 머리로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컴퓨터 화면의 마을 이름을 외운들, 군정홍보 책자를 줄줄 읊은들 머릿속에 기억될지언정 순창은 마음으로 느껴지고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순창에 왔을 때 가슴을 열고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기사를 쓸 때 주민들 곁에서 진솔한 목소리를 담겠다고 다짐했다. 장날 덕분에, 몇몇 마을이름은 주민들의 말투와 함께 벌써 가슴에 새겨졌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110131법정리 311행정마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도록 마을 구석구석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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