粒 낟알 립, 辛 매울 신, 苦 쓸 고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신(李紳)이 민초들의 고달픈 인생을 세속적인 언어로 노래한 <민농(憫農)>에 나온다. 쌀 한 톨 한 톨이 모두 농민이 애써 고생해 일군 결과라는 뜻이다.
“너무 많이 주문하셨네요. 남은 음식이 이리 많아 낭비가 큰 거 아닌가요?”
“아니죠. 우리 중국 사람들은 옛적부터 손님을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풍성하게 내놓아야 체면이 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풍습이죠.”
“물론,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모두 배불리 잘 먹었어도 3분의 1이상이나 남겨 버리는 건 좀 과한 것 같네요. 한국의 ‘간편식단제’ 같은 것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하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소비가 적어져 공급이 넘치게 되어 농산물 가격의 하락을 일으킬 수도 있죠. 지금은 어떻게든 소비를 많이 해야 농민들을 돕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곡식과 채소들이 농민들이 뙤약볕에서 피땀으로 이뤄진 것을 이렇게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니 아깝고 속상합니다.”
春種一粒粟(춘종일립속) 봄에 한 톨의 곡식을 심어
秋收萬顆子(추수만과자) 가을이면 많은 곡식을 거두네.
四海無閑田(사해무한전) 온 세상에 놀리는 밭은 없지만
農夫猶餓死(농부유아사) 농부들은 오히려 굶어 죽는다네.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호미 들면 어느 덧 한낮이 되어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땀방울이 떨어져 벼 아래 땅을 적시네.
誰知盤中餐(수지반중찬) 그 누가 알리요 밥상 위의 이 음식이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한 톨 한 톨이 모두 다 괴로움임을.
시인 이신은 젊은 시절 가난한 농부들의 농사짓는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며 그들의 애환을 이 시로 나타냈다. 이 시는 중국 초등학교에서도 암송되고 있다. 농부들이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관(官)에 바치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아 오히려 굶어 죽기도 하는 가련한 농민의 고충을 말하면서 낟알 하나하나(粒粒)가 모두 농부의 땀과 고생의 결실(辛苦)이라며 곡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썼다.
부모님의 손이 여든여덟 번이나 들어가고 일곱 근의 땀이 흘려 생산된 쌀이 왔다.
아내가 쌀통에 옮겨 담을 때 떨어진 낟알을 주워 담고, 쌀을 일을 때 흘려나가지 않게 조심한다. 주걱에 붙어 있는 밥풀떼기를 다 떼어 담고 밥솥과 밥그릇에 붙어 있는 밥알들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아까워한다. 그분들의 피땀이 배고 정성이 깃들어 있는 곡식 낟알 하나라도 그냥 버리지 못하는 그 모습이 좋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