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축마을 양선규, 임경화 회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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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축마을 양선규, 임경화 회장 부부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2.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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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팔자 소관’인디 워쩌것소”
방축마을 할아버지ㆍ할머니 경로당
방축리 경로당 양선규, 임경화 부붑 회장
방축리 경로당 양선규, 임경화 부붑 회장

금과면 방축리 할아버지 로당 회장은 양선규(78) , 할머니 경로당 장은 임경화(74)씨다. 부부 사이다.

대한노인회 순창지회 금과분회장 김석환 씨는 양선규 회장과는 깨복장이 갑장 친구로 꼬맹이 적부터 서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웃었다. 김 회장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부부가 한 마을 할아버지할머니 경로당 회장을 함께 맡은 건, 우리 방축리 밖에 없지 않을까,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라며 부부 회장이 노인회에 쏟아 온 노고를 소개했다.

예전에 양 회장과 리 참사를 함께 했어요. 이장은 하나의 명예직이었고, 리 참사는 준 공무원 대우를 받았죠. 리 참사 제도는 전라북도에만 있었는데, 행정구역 단위로 한 명씩 뒀다가 나중에 없어졌어요. 이후에 양 회장은 평생 공무원으로 일했어요. 방축마을이 매우 큰데, 원래 190호 정도였는데 지금은 140호 정도 돼요. 양 회장이 방축 노인회 활동을 오랫동안 했어요. 봉사도 많이 하고, 청소는 도맡다시피 했고.”

방축리 경로당 회원할아버지 37, 할머니 58

지난 2일 금과분회 경로당에서 양선규 회장을 만났고, 4일에는 방축리 할아버지경로당에서 부부를 함께 만났다. 이틀에 걸친 설득 끝에 양 회장은 경로당 회장은 전국에 다 있으니까 내가 뭐, 특별한 회장이라고, 부끄럽고 추접스러우니까 저를 부각시키지 말아 달라는 단서를 달고, “대신, 방축리 경로당의 역사와 노인 회원들이 어떻게 마을의 어른으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 그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마지못해 대화에 응했다.

현재 방축리 경로당은 할아버지 회원이 37, 할머니 회원이 58명이다. 4년 터울의 70대 중후반인 부부는 자신들이 노인회에서 청년층에 해당한다고 소개하며, 회장으로서 고충을 조심스레 고백했다.

노인 회원들이 성격도 각기 다르고, 나이 차이도 커요. 65세 이상부터 708090대까지 초장년층이 있으니까. 저희는 중년층에서도 청년에 가깝죠. 경로당은 회장이 중심에 서서 위아래 층, 다리 역할을 잘해야 하거든요. 말 한마디, 행동거지 등 매사 신중해야죠. 방축리에는 이번 설 쇠면 97세 되시는 남자 회원과, 100세를 맞는 여자 회원이 계세요. 회원들끼리 나이 차가 커도 함께 늙어가는 처지를 생각하며 친구처럼 항상 가깝게 하고 그래야 통솔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안 돼요.”

방축리 경로당 여기가 법원이다

양선규 회장의 삶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경로당의 역사다. 1968년 대한민국 노인회가 결성될 때, 양 회장은 순창에서 처음으로 방축리 경로당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르신들이 그 때 68명인가 됐어요. 경로당을 결성할 때 내가 행정적인 면이라든가 이런 걸 보조했어요. 나중에 공직생활을 하면서 경로당을 나갔는데 그 당시에 제일 연로하신 분들을 회장님으로 모셨어요. 당시에는 방축리 경로당 노인회가 아니라 벗들이 모여서 깨치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깨칠 , , 성우계였지. 나중에 정부가 지원하고 지역민들이 힘을 합쳐서 경로당을 여기에 지었어요. 53년 동안 나를 포함해서 회장이 아홉 사람 째야.”

50여 년 전 농사만 열심히 짓던 시대, 노인들은 당시 성우계가 무엇인지 몰랐고 경로당 문화도 제대로 못 받아들였다고 한다. 양 회장은 어르신들을 이리저리 모시러 다니느라 바빴던 당시를 회상했다.

어르신들이 그때 참 잘하신 게, 동네에서 삐뚤어지게 나간 청소년들이나 중장년층,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을 경로당에 불러서, 요새 말로 하면 큰 창피를 줬다고 해야지. 경로당 노인회에서 불렀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벌벌 떨었어요. 그래서 여기가 방축리 법원이다그랬지. 하지만 어르신들도 우리가 어른다운 행세를 아랫사람들한테 보여줘야 된다고 조금씩 변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세대 간 화합을 하자는 합동세배였지.”

경로당 운영비 투명 공개 행정

해마다 설날이면 노인 회원 자녀분, 출향인, 회원이 아닌 자녀 등이 방축리 경로당에서 합동 세배를 했다. 양 회장은 합동 세배를 받을 때마다 난감했던 기억을 돌이켰다.

어른들이 세배를 받음서, 원칙은 우리가 세뱃돈을 줘야 되잖아? 그런데 허 참, 세배 온 사람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경로당을 번갈아 오가면서 어르신들 용돈 쓰시라고 거꾸로 세뱃돈을 내놓아요. 작년 설까지 그랬어. 세배를 받으면 돈이 상당히 모여요. 할아버지 경로당은 몇 백 만원 되고, 할머니 노인당은 인원이 더 많아서 금액이 조금 더 되고.”

방축리는 할아버지할머니 경로당 운영비를 각각 사용하고 결산한다. 부부 회장은 세뱃돈과 정부지원금, 찬조금 등 경로당 운영비는 항상 투명하게 공개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경로당에 아마 2009년부터인가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을 거예요. 간식비, 운영비, 난방비, 냉방비 그 4가지가 1년에 한 450만원씩 들어와요. 지원비 집행하는 과정은 항상 투명하게 공개 행정을 해야 해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평상시 이야기하는 용어로 아주 명백하게 해야 말썽이 없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소리가 나와요. 세뱃돈도 그렇고, 찬조금도 마찬가지고.”

합동 세배와 정부지원금이 생긴 후부터 방축리 경로당은 다음연도로 이월하는 금액이 어느 정도 쌓일 만큼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졌다. 윤 회장은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며 모처럼 웃었다.

“10여 년 전 결산 때 내가 발의를 한 번 했어요. ‘, 모여진 할아버지 경로당 돈으로 각자 할머니 데리고 여행도 하고 외식을 하면 어떻겠냐. 회원들이 대환영을 해불었어요. 만장일치였지. 그 뒤로 해마다 할아버지 경로당 운영금을 부부가 함께 쓰게 된 거지. 할매가 없는 할아버지는 두 분밖에 안 되시거든. 그런데 할머니들은 할아버지 경로당처럼 못 써요. 할매들은 남편이 없는 독거노인 분들이 많아. 살림살이가 각기 다르니까 할아버지 경로당 경비로는 부부동반 여행을 해도, 할머니 경로당 경비는 할머니들끼리 목욕가고 외식하고 자기들끼리만 쓴다니까. 하하하.”

중요한 것은 마음과 정성을 주고받는 것

경로당은 사시사철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1년 내내 상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기는 했지만, 겨울에는 아침 일찍 난방을 틀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 놓는다. 텔레비전을 틀고, 술이나 음료, 과자 같은 주전부리도 항상 준비한다. 이래저래 지출이 많아서 애로사항이 많은 게 현실이다.

부부는 경로당 운영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과 정성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맙게도 가끔 출향 인사가 경로당에 얼마씩 주시고 가세요. 그런 분들께 참 미안스럽고 합디다. 우리 순창에서 생산되는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 고추장 이런 것들을 조금이나마 보내드리죠. 받고만 있으면 얼마나 서운하겠소. 결산내용을 회원들한테 전부 공개하고, 그분들에게 전화라도 드려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죠.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 하니까.”

경로당 회장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앞서서 맡는 자리다. 양선규 회장은 대화 내내 회장이 솔선수범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본인에게 말하듯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부는 방축리 원주민들하고 귀농귀촌을 온 외부 인사들이 잘 화합해야 한다귀농귀촌한 사람들이 경로당으로 인사라도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모습이었다. 천생 부부 회장이다. 부부는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이런 하소연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오해는 하지 마시라. 대화를 나누었던 기자가 부부 대신 하소연을 풀어본다.

경로당 회장한테 누가 1원 한 장을 줍디요? 워쩔 땐 집구석 일도 못 혀고 얽매여서 다녀야제, 워쩔 땐 이틀씩 교육도 받아야제. , 회원 중에 누가 아프면 미우나 고우나 찾아댕겨야제. 솔직허니, 내 일을 못 볼 때가 있제라. 그라도 워쩌것소? 우리 마을을 위해서, 그냥 팔자 소관인가보다 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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