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맞는 ‘코로나19 설’ 풍성함과 아쉬움,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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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맞는 ‘코로나19 설’ 풍성함과 아쉬움, 그 사이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2.09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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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대목 장날 풍경]

 

설 연휴를 앞둔 대목 장날은 모처럼 북적였다. 지난 6일 오전 1030분 무렵 찾은 읍내 장터는 곳곳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넘쳤다. 주차공간을 찾아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장터를 밟을 수 있었다.

장터 길목에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부터, 조그만 손수레를 하나씩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까지 줄지어 늘어섰다. 여기저기 물건 값 흥정으로 옥신각신 즐거운 소동이 일었다.

“3000원에 혀.” “

안 되지라. 방금도 5000원 할 거 4000원에 했음시롱 또 그란다요. 허 참, 그럼 1000원만 더 주고 혀고 싶은 대로 혀 싸.”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차분하게 설 차림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설날 대목 장날은 장날이었다.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 명절을 맞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장날 명소 뻥튀기가게 앞. 이제나 저제나 뻥이요~’ 소리를 언제 외칠까, 뻥튀기 기계 앞을 병풍처럼 막아 선 사람들을 헤집는 것도 일이었다.

 

정육점 앞. 밖에서 고기를 주문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손님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을 비집고 차례 상에 오를 빠~알간 돼지고기, 소고기 사진을 찍었다. 정육점 안 의자에 앉아 계신 할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무슨 고기 사셨어요?”

돼지궈기 샀제.”

누구 먹이려고요?”

나 묵제 누구 묵어.”

어떤 음식 만드시려고요?”

삶아 갖고 묵어.”

여기는 언제부터 다니셨어요?

?, 여기 예전부터 단골이야.”

계속된 질문에, 할머니는 단답형의 답만을 이었다. 더 이상 여쭐 말이 없었다. “, 살펴 들어가세요.” 인사를 드리고 물러날 수밖에.

 

 

웅웅~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떡집 안에서는 하얗고 뿌연 김을 연신 토해내며 쉴 새 없이 가래떡을 뽑아냈다. 떡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의 대기 행렬이 가래떡처럼 늘어졌다. 장터 안팎에만도 떡집이 몇 군데 있을 만큼 특히 떡을 좋아하는 순창군민들이다. 그래, 설에는 가래떡도 쑥떡도 백설기도 시루떡도 인절미도 각기 있어야 제격이다.

채소과일 가게 앞. 사과, , 곶감, 호박, 오이, 버섯,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 등이 고운 빛깔들을 뽐내며, 어서 차례 상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어물전 앞에서도 흥정이 벌어졌다.

“5000원 더 줄테니께 몇 마리 더 주쇼.”

아따, 옆에 손님도 따라한당께요. 쪼깨 조용조용 말하시소.”

다들 죽어 있음에도 산 듯한 본새였다. 새우는 꼬리를 내밀었다. 오징어는 대가리를 디밀었다. 꽃게는 배를 뒤집고 시선을 보챘다. 한손으로 줄을 맞춘 고등어는 삐딱하게 옆으로 누웠다. 명태는 운명을 함께할 친구끼리 이미 노끈으로 입이 꿰였다. 토막 난 갈치는 아우성을 할 대가리를 잃었다. 비늘이 발라져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모를 갖가지 생선들까지, 사람들의 입에 흥정 대상으로 오르내렸다.

주인 품에 안긴 강아지에게도 장날이었다. 강아지는 기다란 코를 내밀고 마치 이렇게 큰 장은 처음 본다는 듯,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귀엽고 동그란 눈동자를 바삐 굴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갖가지 어묵 간식을 파는 가게. 비닐 천막 안쪽에서 손님들 주문에 따라 그때그때 어묵을 만들고 포장하느라 주인장의 손놀림이 몹시 바빴다.

 

 

과자 가게에는 약과, 깨잘(쌀과자), 부채 과자 등 옛날 과자가 수북하게 쌓인 채 군민들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한 군민은 과자 종류가 많아 고민이 되는 듯 과자 꾸러미를 유심히 살폈다.

점심 무렵이 되자, 장터 순댓국 골목에도 하나둘 사람들이 발길을 찾았다. 사람들은 뜨끈한 순댓국으로 서둘러 시장기를 달랬다.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도 어느새 줄을 서기 시작했다.

 

12시가 안 된 시각, 시장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장보기를 마친 군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만난 군민들은 손수레 가득한 한보따리 음식들로 풍성해진 마음이 절반, 코로나로 인해 자녀 없이 설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절반, 그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50년 넘게 장터를 지켜왔다는 한 상인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처럼 보여도 작년에 비하면 손님이나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 들었다그래도 저희는 규모가 커서 타격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다른 상인들은 코로나 때문에 무척 힘든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겪는 코로나19 은 군민들의 나눔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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