兒圓(아원ㆍ아해뜰) 조경훈 시인이 지난달 25일 다섯 번째 시집 《울려라 당신의 종소리》(예조각)를 펴냈다.
“당신이 울려 볼 종은 / 세상 속에 가득 매달려 있다 / 아무리 작은 풀꽃이라 하더라도 / 다가가면 소리가 난다 / 아무리 아득한 침묵 속 / 바위라 하더라도 / 흔들면 눈을 뜨고 바라본다 (중략)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가서 / 너와 내가 된다 / 나는 당신의 / 당신은 나의 종소리가 된다”(「당신이 종소리다」)
시인은 종소리의 의미를 너와 내가 소통하고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한세상 살며 매달려 흔들다가 마지막 날 떠나며 울리는 소리라고 했다. 그 때 세상 모든 일은 끝난다는 것이다.
“울려라 당신의 종소리 / 한없이 자유로운 그 은빛 하늘을 날아 / 동그라미들이 모여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자 / 들어가, 새 세상을 여는 종을 치자 / 낡은 것들은 보내고 새로운 것들이 오시도록 포성처럼 종을 울려 세상을 깨우자 (중략) 그 외침들 지금 들리지 않는가?/ 오 그곳으로 가서 울려 알려라 / 당신의 힘찬 종소리를!”(「울려라 당신의 종소리」)
시집은 1부 당신이 종소리다, 2부 순창입니다, 3부 숨어 우는 그리움의 노래, 4부 우리 사는 날까지 등 총4부로 나뉘어 있다.
시인은 1부에서 온 세상의 고뇌를 등에 지고 걷듯 세상 속의 부조리와 빈곤, 전쟁, 지구의 아픔까지 조목조목 밝혀 하늘에 올린다.
2부에서는 “순창에 오시면 삭을대로 삭은 / 고추장을 한점 찍어 / 맛을 보세요 (중략) 아름답게 아름답게 삭아지면서 / 어머니 수틀에 학이 내려와 살 듯 / 오래오래 살다가는 곳이 순창입니다”라며 고향을 향한 애틋함을 전한다.
3부에는 삶을 사랑으로 채워 온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 이제껏 살아왔어도 / 나 당신을 아직 모르니 / 꿈길 속에 사랑이었고/ 그리움 속에 뜨는 달이었오 (중략) 아, 이 그리움 어찌하오리까? / 어디든지 잘 있어 주오 / 다만 멀리 있지는 마오 / 나 따라가기 너무 힘드오”
4부는 희망을 노래한다. 1부의 고뇌와 아픔을 딛고, 2부의 금의환향을 꿈꾸는 애틋함을 넘어, 3부의 그리움과 사랑을 채우며 “꿈은 이루어진다”고 삶을 마무리하는 격이다. “언제인가는 올 것이다 / 내가 세상에 와서 배웠던 것 / 보고 알았던 것 / 살면서 느꼈던 것 (중략) 백조가 되어 하늘을 날아가는 그런 날이 / 언제인가는 올 것이다 / 오늘은 아니더라도 / 꼭 오고야 말 것이다 / 너는 종소리다”
조경훈 시인은 2001년 첫 시집에서 “내가 죽어 있는 그 때도 내 호주머니 속에는 시가 들어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년 시절에 시작해 팔순이 넘은 현재까지 줄곧 자연, 인간, 생명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시를 쓰고 있다.
시인은 고향산천을 떠날 때 당부 받은 금의환향이나 고향을 빛내는 일은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시집에는 스물 한 편의 시와, 화가이기도 한 그의 그림들이 그리운 옛 추억처럼 책장 군데군데 새겨져 있다. 시인은 고향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언제가 그곳으로 떠날 날이 있을지? 지금도 종 줄에 매달려 흔들고 있는 시인이다.”
예조각.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