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40)/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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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40)/ 습관
  • 선산곡
  • 승인 2021.03.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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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젓가락 쥐는 법을 새로 배우고 있다. 날마다 두 개의 젓가락을 브이자로 세워 진지하게 손놀림하는 모습을 본다. 그게 고쳐지나? 그러나 점점 안정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신혼 때 아내의 젓가락 쥐는 손놀림이 서툰 것을 봤지만 실은 무덤덤했다. 대가족이었던 우리 집에선 젓가락쓰기 서툰 사람이 없어 어쩌면 관대한 심정이었는지 몰랐다. 먹성 좋은 후배 하나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게 아니라 거의 떠받치듯 들어 올린다. 볼 때마다 희극이었지만 그렇다고 비난의 대상은 아니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젓가락을 창대 움켜잡듯 하여 속으론 거슬렸지만 억지로 교정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 아들이 성년이 되어 군대에 갔고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젓가락 사용법이 전과 달리 정상이었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젓가락질을 지독히도 못하는 선임이 있었는데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남들 보기에 나도 그렇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래서 고쳤습니다.”

평소 아들의 행동에 대해 꾸중한번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말 그대로 경이로움이었다. 몇 년 지나 추석 때였다. 명절에 고향에 온 자식들에게 하지 말아야할 말 몇 가지가 있다지만 태평인 아들에게 결혼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식탁에서 한참 잔소리를 듣던 아들,

오마니.”

?”

아들이 엄마를 그렇게 부를 때는 그 말의 의미가 심상치 않아진다. 학창시절 어려운 말을 하기 전에 일부러 앞에 두는 어린 냥에 가까운 호칭이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나 결혼한다면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상견례장에서 엄마 그렇게 젓가락질을 할 거야?”

아내가 말문을 닫았다. 공수 역전.

엄마가 젓가락질을 고치면 결혼 상대자를 구해올게.”

귀가 번쩍 뜨인 아내가 작심, 뒤늦게 젓가락을 새롭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니 엄마의 젓가락 쥐는 습관부터 고치자는 아들의 격려가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었다.

왼손잡이였던 나는 어렸을 때 젓가락집기가 왼손이었다. 아버지 어머니도 야단치신 적 없는 내 버릇을 큰누님이 절대 그냥두지 않았다. 누구보다 큰누님이 무서웠던 나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쥐어야만 했다. 지금은 당연히 왼손을 쓴다. 남이 보기 어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고 난 왼손이 훨씬 편안해서다.

누구나 그렇듯 평생의 타고난 손잡이는 습관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그 습관도 고칠 수 있다. 유현진 선수가 본래 오른손잡이였는데 투수의 장점이 왼손이 많다는 것을 알고 바꾸었다는 말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왼손잡이지만 글씨쓰기는 오른손으로 굳어있고 젓가락쓰기는 양손으로 할 줄 아는 나도 습관의 반복으로 얻은 완숙이다. 그러나 간혹 어렵고 조심스런 식사자리가 있으면 나도 천연스레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왼손사용에 대한 눈치가 보는 것만은 사실인데 행여 상견례자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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