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 ‘등교 교통안내’ 하던 교장이 취재 거부한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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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 ‘등교 교통안내’ 하던 교장이 취재 거부한 탓에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3.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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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차림에 주황색 지휘봉을 들고 횡단보도 주위에서 교통안내를 한다. ‘열린순창사무실 앞 횡단보도, 며칠 전부터 출근길에 계속 보인다. 어제는 궁금함을 못 참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세요?” “?” “며칠 째 교통안내를 하고 계시기에 궁금해서요. 저는 열린순창 기자인데요, 혹시 선생님이세요?” “, . 중앙초 교장입니다.”

주인공은 중앙초등학교 이금호 교장이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교통안내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학생들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인데, 취재는 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중앙초등학교로 향했다. 지난 9일과 10, 오전 830분 전후 정문 앞에서는 교감과 학부모가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학교 주변 횡단보도 곳곳에서는 여러 어르신들이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아동안전지킴이를 하며 학생들의 등교를 도왔다. 학교 현관 앞에서는 보건 교사와 방역도우미 선생님, 교사들이 소독과 발열 점검을 학생들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했다. 자녀 손을 잡고 현관 앞까지 등교를 시키는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이금호 교장은 교장과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오전 9시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출근해서 학생들 수업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들은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교장이 솔선수범해서 궂은일을 하면, 다른 교직원들이 눈치를 보진 않을까. 군내 다른 학교로 애먼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저기 교장은 아침마다 학생들을 챙기는데, 여기 교장은 뭘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군내 23개 초고 학생들은 개학을 맞아 전원이 등교를 하고 있다. 400명 이하 학교는 전교생이 등교할 수 있다는 방역 당국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꼬박 1년이 넘게 아직도 기나 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중이다. 중앙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아직 코로나에 긴장하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결같게 밝은 모습이었다. 신학기 초의 활기가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학생들 몇몇은 달음박질하며 등교를 했다. 지각한 게 아닌데도 뛴다. 교사들이 숨차니까 뛰지 말라고 웃으며 말린다.

1학년 신입생 오빠가 유치원에 갈 여동생 손을 잡고 학교에 왔다.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는 아이가 전날부터 학교에 가는 게 기다려진다고 할 만큼 학교 오는 걸 좋아한다며 흐뭇해했다. 한 어르신은 아이들이 손자손녀보다 어리지만, 아이들이 많으니까 거리에 생기가 돌아서 정말 좋다고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를 하는 바람에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어르신도 바빠졌다. 바빠졌어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본인 취재를 거부했던 이금호 교장 덕분에, 학교는 안녕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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