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6) 물고기와 고양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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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6) 물고기와 고양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03.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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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물고기와 고양이는 어떤 사이일까요?

먹고 먹히는 관계라고 어떤 아이가 대답합니다. 고양이가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데리고 가는 장면이라고요.

그런데 왜 제목이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조앤 그랜트 글/닐 커티스 그림/문학동네)일까요?

그때 다른 아이가 문제를 제기합니다. 물고기의 표정이 잡혀가는 슬픈 표정이 아니라 고양이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요. 게다가 고양이는 주위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게 몰래 어디론가 떠나는 게 서로 친구 사이, 연인 사이로 보인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남자, 물고기는 여자친구. 제목의 나란히라는 말이 친밀한 사이를 나타내는 힌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고기와 고양이가 서로 친구나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아이는 고양이가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우깁니다. 다른 아이는 고양이는 육지에, 물고기는 강이나 바다에 살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도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인 물고기와 고양이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았을까요? 이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책장을 펼쳐 봅니다.

육지에서 온 고양이와 물에서 온 물고기가 어느 날 호숫가 공원에서 만납니다. 한눈에 반한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양이는 숲 이야기, 물고기는 바다 이야기. 고양이는 물고기를 육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함께 비를 피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몰래 살던 곳을 떠나 산을 함께 오르고 세상 구경도 합니다.

그러다가 물고기는 점점 고향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고양이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작은 배를 준비해 바다를 향해 갑니다. 이번에는 물고기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죠. 고양이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이었죠. 물고기에게 육지가 모험이었듯이, 바다에서 고양이는 물고기의 친구들을 만나 봅니다.

결국, 고양이와 물고기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 바닷가에서 살기로 합니다. 나란히 함께 있는 둘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떠날지 궁금하네요.

표지 그림을 보고 추리해낸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럴듯했군요. 고양이와 물고기,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한눈에 반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 모험한 끝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내었습니다. 서로의 처지와 환경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과 다른 생각, 다른 피부색,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총부리를 겨누기도 합니다. 그런데 작가는 먹고 먹히는 관계인 물고기와 고양이도 친구, 심지어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시적인 문장과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연출한 판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결한 문장은 그림에 어울리게 때로는 나선형으로, 때로는 사선으로 배치되어 리듬감을 줍니다. 어떤 이는 아이들에게 흑백의 그림보다 컬러풀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흑백의 그림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의 여백을 제공해 주고 있고, 화려한 컬러의 색채가 없어도 이들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데 모자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와 물고기가 서로를 바라보는 동그란 눈이 사랑스럽습니다.

학창시절 새 학년이 되면 나는 무슨 반이 될까? 어떤 선생님이 담임이 될까? 내 짝꿍은 누가 될지, 설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의 단짝(베스트 프렌드)은 누구인가요? 그 친구의 어떤 점이 나를 사로잡았나요? 나랑 너무나 달라서 끌렸던 친구, 나랑 취향이 비슷해서 친해진 친구, 서로 말 안 하고 바라만 보아도 통하는 친구, 티격태격 말다툼하며 우정이 쌓인 친구, 오늘은 그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써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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