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마을] 제주도 신도마을(1)...전국 최초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
상태바
[이웃마을] 제주도 신도마을(1)...전국 최초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
  • 열린순창
  • 승인 2021.03.10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현 객원기자의 이웃마을 이야기
왼쪽부터 금악리 부녀회 한경례 감사, 양정순 회장, 백숙이 부회장이 임원회의 후 자세를 취했다.
왼쪽부터 금악리 부녀회 한경례 감사, 양정순 회장, 백숙이 부회장이 임원회의 후 자세를 취했다.

순창의 인구는 20212월 현재 여성이 51.36%. 반을 넘는다. 그런데, 개발위원회나 마을 이장 회의 등 순창의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 자리에는 반이 넘는 여성들은 한두 명이다. 그나마 발언하는 경우도 적다. 반면, 이 여성들이 잘 보이는 곳이 있다. 마을 봉사나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 행사를 준비할 때이다. 정작 행사가 시작되면 여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무대 뒤로 빠진다. 이어지는 식사 시간에도 남성들이 차려진 밥상에 앉아 식사를 할 동안, 정작 준비한 여성들은 주방에서 쪼그려 앉아 허기를 때운다.

21세기에도, 무대 위와 밑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는 것을 역할분담으로, ‘미풍양속으로 불러도 될 것인가? 떠나고 싶지 않은 순창, 귀향하고 싶은 순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지난 22, 최초로 성평등 마을규약을 통과시킨 제주도 신도3리와 현재 진행 중인 금악리를 찾았다. 기사는 2회에 걸쳐 싣는다.

신도3성평등 마을규약통과, ‘양성평등 디딤돌상수상

지난달 2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3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운영위원회는 역사적인 자리였다. 20201월 제정한 성평등 마을규약에서 운영위원회 30%5명을 여성으로 한다는 규정에 맞게 선출된 위원들이 참여한 첫 운영위원회 회의였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발위원회명칭도 운영위원회로 바꿨다. 신도3리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로부터 양성평등 디딤돌상을 받아 제주의 모범사례로 부상한, 전국 제1호 성평등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신도3리뿐 아니다. 이어 신도1리도 규약을 만들어 통과시켰고, 한림읍 금악리는 지난달 2일 부녀회 총회에서 부녀회 규약 개정()을 의결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제주여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후원으로 올해도 3개 마을에서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제주여농의 이러한 노력에는 제주도의 여성 대표성이 취약한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제주여농 회장을 역임한 현진희 신도3리 부녀회장은 말한다. “제주 여성의 경제 활동은 전국 1위지만, 여성 대표성은 취약하다. 여성 도의원이 나온 것도 촛불 이후 처음인데, 그나마 비례대표다. 172개 마을에서 여성 이장은 5명에 불과하다.”

성평등한 마을만들기 위해 마을규약 개정추진

살면서 마을규약이 있는지도 몰랐고, 이번 교육으로 규약을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충격으로 와 닿았을 정도로 현재의 규약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를 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206월부터 진행된 대평 성평등 마을규약프로그램에서 어떤 부녀회원이 한 말이다. 대부분 마을규약은 1972년 새마을운동 규약()에 담긴 가치가 수정 없이 그대로 남아있어, 21세기에 맞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마을 만들기의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성평등 관점에서 50년의 간극은 더욱 크다. 마을규약이 마을 사람들 간의 기본 질서를 잡아주는 자치 규범으로, 마을이 가야 할 목표와 방법을 정해놓은 마을 헌법이라고 할 때, 현시대에 맞는 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약 개정이 시급한 상황.

이를 위해 제주여농과 마을부녀회는 새로운 규약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규약 작업을 위해 각 지역에서 성인지 교육을 꾸준히 진행했다. 시범마을을 선정하기 위해 각 마을의 부녀회, 이장, 노인회장, 청년회장 등을 만나 성평등 마을규약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렇게 20193개 마을, 20205개 마을을 선정했다. 선정된 마을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6~7회 진행한 걸친 성인지교육 프로그램이다.

차별과 비하에서 존중과 평등으로

조선시대 같다에서 마을 운영할 주체로 변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부녀회원들은 현재 마을과 부녀회 그리고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들의 삶의 현주소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일생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것 같다. 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 조선시대에 사는 것 같다. 자기 발전을 하고 싶지만 주위 시선에도 힘들다. 직장을 다니다 결혼했는데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되었다. 자기 욕구, 성취감이 사라진 것 같다.”, “도시 노동자들보다 농촌의 농민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걸 뼈저리게 느낀다.”(신도1리 주민)

마을에서 관행적,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던 차별과 비하에 눈감았던 참석자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머리를 맞대며 원인을 찾아 나갔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게 참 힘들다. 한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한림 3리 주민)

딸이 사위에게 설거지를 시킬 때 사위에게 미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여성은 성평등에 관해서 남성을 가르치고 있더라.”, “마을에서나 가정에서 여성들을 향해 에에~~’ 하면서 막아서는 언행만 안 하면 될 것 같다.”(금악리 주민)

성인지 프로그램에 남성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에서는 새로운 마을에 대한 변화와 의지를 모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마을 일을 할 때, 힘든 일, 허드렛일도 여성, 남성이 같이할 수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금악리 청년회장)

이제 여성들이 마을에 도움을 주는 존재에서 주체적으로 마을을 운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난산리 리장)

이런 다짐을 바탕으로 성평등규약을 만들기 위해 부녀회가 앞장서 전담조직(TF)를 구성, 기존 마을규약을 검토하고 개발위원들과 논의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부녀회 안을 만들고 마을총회에 부쳤다.

지난달 2, 부녀회 총회를 치른 양정순 금악리 부녀회장은 이 모든 과정에서 부녀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이 있었다고 말한다.

성평등 마을규약이니까 부녀회가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지요. 성인지 교육 때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8월에는 코로나 수칙 지켜가면서 단합대회도 했어요. 임시총회 때도 30명 이상이 모였어요. 잔치 같았어요.”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추진단 꾸려 마을규약 살펴

11표 의결권, 마을 임원에 여성 1/3로 명문화

규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신도 3리의 경우, 50년 전 마을규약의 목적에는 전 리민의 협동 단결’, ‘소득증대등 새마을운동 시절의 가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을의 모든 구성원이 균등하게 발언과 결정할 기회를 얻고, 성별과 연령 차별 없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키워가고자 하는 현재의 지향과는 차이가 컸다. 주민 의무 항목은 많은 반면, 권리 항목은 아예 비어 있기도 했다.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 의결권도 세대당 1으로 되어있었다. ‘집안의 가장이 의결권을 갖게 돼, 여성의 의견은 반영될 수 없었다. 마을의 일을 논의하는 개발위원회 규정에는 여성 할당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어, 성인 남성 위주로 마을 대소사가 결정되었고, 여성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는 막혀있는 구조였다. 개정안은 의결권을 ‘11로 바꾸고, 마을 임원 구성 시 여성 비율을 1/3로 명문화하고, 마을 대소사 결정에 여성의 발언권의결권선거권피선거권의 실질적 보장, 공동체 노동의 공정한 분배 등 관습적으로 유지돼온 성차별을 해소하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의사결정 방식 등을 담았다.

2월 2일 신도 3리 운영위원회 회의. 위원회 임원에 여성이 30퍼센트 이상 참여한다는 개정된 규약에 맞춰 구성되었다.
2월 2일 신도 3리 운영위원회 회의. 위원회 임원에 여성이 30퍼센트 이상 참여한다는 개정된 규약에 맞춰 구성되었다.

명실상부한 마을자치시대 열어젖힐 신호탄

제주의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으로 50년간 유지되어온 마을 규약의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개정할 수 있었다. 마을의 주민이라면 젠더, 나이, 장애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부녀회가 주도하고, 마을 운영위원회가 함께 진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을 운영에 대해 주민들이 스스로 불평등 요소를 깨닫고 개정한, 명실상부한 마을 자치 시대를 열어젖힌 신호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0년 코로나19의 악조건 속에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귀하다.

(2회에 이어짐)

김수현 객원기자 yeeseung21@openchang.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