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 주민 늘리는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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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 주민 늘리는 지방자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1.03.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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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가까이 살면서 20년 못 되게 객지에서 살다 50년 넘게 태어난 곳 순창에서 산다.

시골 사람인데 쬐그만 화단에 핀 꽃의 이름을 잘 모른다. 곁사람에게 틈나는 대로 묻는데 물을 때마다 핀잔이다. 지난번에 말해 줬잖아. 꽃이름도 모르는데 들녘에 가득한 풀이며 나무 이름에는 정말 젬병이다. 개나리꽃은 일찍이 알았지만, 주변이 온통 환해지는 샛노란 빛깔의 산수유를 첨 보며 개나리는 아닌데 하며 깜짝 놀랐다. 그뿐인가. 요즘은 좀 멀리 나가야 볼 수 있지만, 어릴 적 춘삼월이면 따스한 봄볕 아래 바구니 들고 나물 캐는 아낙들이 태반이었다. 나는 지금도 손질해서 파는 냉이도, 이름표 보고 아는 자칭 한량이다. 그 냉이 들고 나서도 들녘에서 냉이를 찾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시골살이를 체득해야 할 어린 시절은 부모 잘 만나(?) 꼴망태 한 번 채우지 못해 풀 이름 나무 이름 알 기회를 놓쳤다. 한창 활동해야 한 청년기에는 일찍 낸 부도를 만회할 방법을 찾아 도시에서 살아야 했다. 이런 정처 없는 생활이 대도시에서 누려야 할, 또는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놓쳤고,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만이 가진 자산 혹은 능력을 갖출 수 없었다. 이도 변명이고 합리화라는 생각이 많지만

그런데, 요즘 시골 아이들을 보면 더 안타깝다. 주변 아이까지 동원하지 않고 내 곁 아이만 지켜봐도, 자연 속에서 뛰놀고 그 자연이 주는 것을 충분히 누리지 않는다. “금산에 한 번 올라 가보자.” 눈치 보다 애써 말했는데 망설임 없이 싫단다. “너도 나처럼 풀 이름 나무 이름 잘 모르는 시골 출신 사람이 되겠다.”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다. “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누리지 못하고,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도 누리지 못하고 자라는 셈이라는 생각에 아빠로서의 무능을 원망하며 아이에게 미안하다.

시골아이들이 청년 되면 도시로 나간다. 우선 대학 진학부터 첫 번째가 서울 지역 대학이다. 소위 내가 무엇이 되겠다보다 시골을 벗어나 대도시에서 소위 문화 혜택을 받고 살겠다고 당찬(?) 꿈을 내친다. 그게 평생을 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겠다는 선택인 줄 모르고. “경쟁력 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도시에 가야만 누릴 수 있다는 문화적 욕구는 알고 보면 대개 소비에 대한 욕구라는 진실을 아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 어쩌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학업 성적이 좋은 몇몇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며 잘난 한 사람이 수천,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매우 위험하고 반이성적 논리를 퍼뜨리고, 이를 무조건 받아드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서 걱정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지역을 떠날 아이들만 지원하는 셈이니 지방자치 시행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

지방의회 의원은 1991, 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에 선출하기 시작했으니 30년이 되었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분권)은 더디고, 지방 재정은 점점 악화하니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진전되었다고 할 수 없겠다. 근본적 대책(정책)이 없어 갈수록 국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치단체장의 주요 업무는 중앙 예산 관련 부처를 방문해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되었다. 따라서 중앙의 간섭이 강해지고 지침이 하달되는 관행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주민들은 부와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경쟁을 강요하고 계층간, 세대간 갈등이 심화된 중앙보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이웃과 공동체가 남아 있는 지역을 선호한다. 경쟁보다 상생과 나눔, 갈등보다 평화와 협동이 있는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주민들은 골목과 마을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주민등록등본이나 떼러 가던 읍면사무소는 주민센터로 바뀌면서 행정서비스보다 스포츠댄스, 서예, 농악, 난타, 사물놀이, 건강, 작은도서관, 어린이 공부방 등 문화 여가 활동이 늘어났다. 각박한 세상살이, 더구나 코로나19 환경에서도 주민과 지역 단체가 치열하게 활동한다. 주민들은 기대한다. 시골아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공동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지방자치로 발전하기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믿고 인정과 도리로 진정한 주민자치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응답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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