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2) ‘급식’은 ‘인권’, ‘교육’은 ‘희망’
상태바
발바닥 교육(2) ‘급식’은 ‘인권’, ‘교육’은 ‘희망’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03.24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삼 순창여중학교장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헌법의 핵심 조항인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정부법원의 삼권분립과 국가의 모든 기구와 조직은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데 있다.

도교육청과 광역기초단체도 지역 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우선하는 정책과 행정은 당연하다. 지역사회 구성원인 학생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 기본권 보장은 단위학교 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같은 시간에 같은 식판으로 똑같은 밥과 반찬으로 함께 식사 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권 보장의 핵심이다.

10년 전 서울시에서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는 무상급식 지원 여부가 시장직을 좌우할 정도로 커다란 쟁점이었지만, 적어도 인간이라면 먹는문제만큼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로서 무상급식은 상식이 되었다.

전북교육청은 2011년부터 10년 이상 도내 14개 시군과 함께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안전하고 질 높은 학교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초등학교와 농촌지역 학교부터 시작, 무상급식 지원 확대를 위해 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농어민 단체가 협의와 소통을 지속했다.

<학교급식법>을 준거로 전라북도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전라북도교육청 안전한 학교급식 운영에 관한 조례’, ‘전라북도교육청 학교급식 방사능 오염 식재료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등이 제정됐다. 그 결과 전라북도 초고 학생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안전하고 질 높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2021학년도 소요되는 식비 지원 총예산은 약 1060억이다. 지원되는 비용은 초중학교는 도비가 25퍼센트(%), 군비 25%, 도교육청 지원 50%이다. 고등학교는 도비가 20%, 군비 30%, 교육청 50%이다. 1식 지원 단가는 초 2800, 3500, 3500원이고 친환경 무농약쌀 등 지원으로 약 320, 우수농산물지원(순창군 지원) 140원이다. 학생 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급식의 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300~400원 더 지원된다. 시설과 운영, 인건비를 포함하면 수 천 억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순창여중은 전교생 251명이 1인당 3960원을 지원받고, 교직원 35명이 4000원을 부담해 안전하고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침부터 가장 바쁘면서 뜨겁고, 한 치의 실수가 없어야 할 곳이 식생활관이다. 한 달 전에 식단이 나오고, 1주일 전에 식재료 주문이 이뤄진다.

아침 730분 식재료 납품, 8302차례 검수, 10시까지 소독세척다듬기썰기 등 기본재료 준비를 끝낸다. 1130분까지 본 조리와 배식, 식사가 1140분부터 1330, 16시에 세척소독과 뒷정리로 마감된다. 네 분이 290여명의 밥상을 차리고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까지 하는데 노동의 강도가 너무 세다. 조리 과정 내내 가스와 불, 뜨거운 국물 등을 다루기에 손발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안전사고에 노출되고 식사 시간도 맞출 수 없다.

순창여중 식생활관 근무가 순창에서 가장 벅차다고 소문나 있다. 일손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정성껏 차린 밥상이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고 밥을 짓는 일이 최고의 공덕임을 영양교사조리사조리원분들은 너무도 잘 알고 계신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급식이 맛있다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고마울 뿐이다. 가끔씩 순창 장날에 그분들이 좋아하는 붕어빵을 들고 식생활관에 가는 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다. 자식 키우는 부모는 내 자식이 책 읽는 소리와 밥 먹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고 말씀하신다.

학교에서 한 아이도 빠짐없이 똑같은 밥과 반찬으로 밥 먹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때 급식인권이 된다. 그리고 '교육'은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